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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싸에게 문제 있다고 생각해?

보이는 성과에 가려지는 내면의 가치.

by 모유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이끌고, 연락이 끊이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인싸라고 부른다. 사회와 커뮤니티는 인싸들이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정말 행복한 것처럼 포장해서 우리에게 내민다. '너도 그렇게 살아야 해.'


인싸는 사교적이고, 쉽게 감동하며, 공감능력이 뛰어나서 사람들과 쉽게 교제할 수 있는 외향적인 기질가진 경우가 많다.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 이들을 본받다가는 자신을 돌볼 에너지마저 다쏟고 기진맥진 할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라면서 타고난 기질을 부정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이들이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외향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다면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사교적인 사람의 가면을 쓰며 살아가게 된다.



사회생활 = 인간관계



안 그래도 할 일이 넘쳐나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버겁다. 많은 직장인들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직을 시도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지만 그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일이 많고 힘든 건 참을 수 있어도 사람이 힘든 건 못 견디겠어요."


실제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뱉었던 말이었다.

일은 답이 명확하지만 관계는 사람마다 다르고 복잡해서 한두 가지를 안다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좋은 관계가 더 나은 삶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좋은 인연은 새로운 기회를 물어다 주기도 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는 우리에게 쉽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친구를 통해 몇 달은 시달릴 트라우마를 얻기도 하고, 관계를 통해 평생에 걸쳐 영향을 주는 상처를 얻기도 한다.

실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를 많이 포기해야 한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주변 다른 학교에 소문이 날만큼 이상한 분위기가 있었다. 학교의 중심이 되는 친구들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곧 친밀감이라고 여겼다. 모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가령 혼자 빠져나와 시간을 가지려고 하면, 그만큼 자신들을 중요한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고 소외감을 느끼게 유도했다. 방과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데도 모여서 수다를 떨며 밤늦게까지 시간을 죽였다.




원하지도 않는 시간을 친구에게 바치고 나서, 학교와 동네에서 인싸가 되었다. 나는 행복했을까? 결론 먼저 말하면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내게는 그때 온종일 함께 했던 친구들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있는 만큼 작은 일에도 흠이 되기 싶고 크게 소문이 났었다. 꼭 깨진 독에 열심히 물을 길어 담은 것 같은 허무함이 들었다.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나를 인싸의 삶을 살도록 이끌었다. 하지만 완벽한 인간관계는 없었다.


관계를 위해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멀어질 관계는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만큼의 거리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필요한 거리감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기질을 지녔는지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답즙, 다혈, 점액, 우울이 모여 사람의 기질을 결정한다. 가장 많이 해당되는 것이 주기질, 그 뒤에 따라오는 것이 부기질이다. 위에서 말한 인싸들은 '다혈'의 기질을 가진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에너지를 얻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산만하고 정리가 안된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일을 시작하기는 잘하지만 이내 금방 포기하고 마무리를 엉성하게 짓기도 한다.


반면에 다혈과 정반대 되는 우울기질은 내향적이고 까다롭지만 끝내주게 완벽하게 일을 끝낸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단숨에 표로 정리하기도 하고 남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미리 계획해서 실수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위에서 말한 인싸 기질 다혈은 지극히 사람중심의 기질이다. 이들과 교제를 하면 즐겁다. 즉흥적인 여행을 이끌기도 하고, 뛰어난 공감능력과 표현력으로 따듯하고 재밌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과 일을 하는 관계라면 주위 사람이 피곤해질 수 있다.







각 기질은 자신에게 맞는 상황과 진가가 발휘되는 환경이 다르다. 기질이 담즙우울인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을 기대하면 실망감이 들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얻기 위해 다가간다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반정도는 아싸에 가깝다. 점점 동기들과 우르르 몰려 노는 자리에 참석하는 자리를 피했기 때문에.

나는 시간을 보낸 만큼 상대와 알아가는 부분이 많기를 기대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나는 1대1로 만나 잔잔한 시간을 가지는 교제권을 선호한다. 그렇게 해서 아낀 에너지로 글을 쓰거나 수경식물을 돌보고, 음악을 만들곤 한다.


혹시 자신이 아싸라서 고민이라면,

사회적인 요구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그치는 것을 멈추고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돌보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뛰어난 분석가이거나 따듯하고 깊은 관계에 적합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2020.3.22 개강이 미뤄져 생긴 여유를 정리하며, 커버사진은 우리집 고양이에요. 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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