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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우리는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울 기회를 잃었다.

by 모유진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를 보거나 SNS를 하는 시간을 우리의 몸은 휴식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너무 많은 정보가 짧은 시간 내에 쌓여 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피곤하게 할 뿐이다.



'열심히 했으니까 잠깐 머리를 좀 식혀야지'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어 이것저것 들어가 시간을 때우는 것을 나도 꽤 자주 해봤다. 하지만 핸드폰을 끄고 다시 일상에 집중하려 할 때는 내 일상이 너무 단조롭고 지겨워지는 느낌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남아있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우리는 스스로를 달래주는 법을 배우기 힘들어졌다.

만약 공부를 하던 도중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자신에게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면, 필요한 처방은 '나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다. 내 상태를 읽어주려고 노력을 하기 시작하면, 마음은 지금 무엇 때문에 집중을 할 수 없는지를 알려준다.



가령 '아침에 엄마가 한숨 쉬는 모습이 답답했어. 무언가 나에게서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이 있는 것 같아 보였거든'과 같은 이유가 떠올랐다면 '엄마 아침에 무슨 일 있었어? 혹시 내가 모르는 걱정거리가 있는지 걱정돼서' 하고 문자를 보내는 선택을 이어서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내게 답답함을 불러오는 생각이 사실인지 느낌인지 구분하고 나를 보호하는 것이다.


'아침에? 냉장고에 야채가 다 상해서 아까워서 그랬지'라는 답변을 듣고, 엄마의 한숨이 나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하던 일에 집중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겪기가 두렵고, '혹시 연락했다가 도리어 더 기분이 상하는 건 아닐까' 망설이는 마음이 있다고 할지라도, 계속 마음이 무거운 것보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오래가지 않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 사이에 스마트폰이 없다면.


스마트폰은 우리가 직접 스트레스를 겪는 상황을 직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앗아간다.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집중할 수 있는 영상이나 SNS로 회피하는 것이 습관이 되게 한다.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들어간 인스타그램에서 만약 나 빼고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도 든다면 우울함이 더해져 나를 돌보기가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SNS는 쉽게 타인과 나를 비교할 수 있는 쉬운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 주어지는 작은 과제들, 정해둔 책을 읽거나 해야 할 업무 등을 끝내고 나면 우리에게는 성취감이라는 상이 주어진다. 나를 방치하지 않고 필요한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간 자신을 인정해주고 기특하게 여긴다면 그다음 일도 좀 더 기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이에 SNS가 끼어들어 타인의 삶을 관찰할 때, 해낸 일에 대한 성취감은 가볍게 날아갈 수있다.


'이 친구 좋은 곳으로 놀러 갔네. 난 지금 여건도 안되고 돈도 없는데.'

'얘 엄청 예뻐졌네. 나도 피부 좀 관리해야 할 텐데'


이러한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좀처럼 스스로를 기특하게 보기 힘들다. 비교는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데에 조금의 도움도 보태주지 않는다.


비교와 같은 부정적인 목표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불러와 긴장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예쁘지 않으면 안 돼'와 같은 부정적 목표는 내가 예쁘지 않으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상상하게 함으로써 많은 에너지를 앗아가고 SNS는 이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핸드폰 충전기를 침대에서 멀리 두기.


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하루 동안의 기억을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 자기 전에 우리의 뇌가 긴장을 갖지 않도록 도와주기 위해 쉽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핸드폰을 두는 것이다. 이 과정을 처음 겪을 때는 스마트폰에 몰입해서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뇌가 눈을 감자마자 정리하고 싶은 생각들을 이것저것 꺼내 줄지도 모른다. 마치 자리를 비운 상사가 돌아왔을 때 결재서류를 우르르 들이미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는 '내 뇌가 편히 쉬기 위해서 이 생각을 처리해달라고 하는구나'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면 된다.




2.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바로 만지지 않기.


우리의 두 눈은 밖으로 달려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보는 것보다 타인을 보는 게 더 쉽고 익숙하다. 그동안 방치되는 자신을 위해 아침에 다른 정보에게서 분리시켜주자. 특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바로 이불을 갠다면, 작은 성취감이 들고 그다음 일 또한 잘해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또한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정돈되어 있는 침대는 대접받는 기분을 선물해준다. 어딘가 놀러가 호텔에 처음 들어갈 때 느끼는 기분과 같은 것이다.




3. 샤워할 때 핸드폰 놓고 가기.


습관적으로 씻으러 들어갈 때 영상을 틀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 샤워를 하는 일은 '나가기 위해 해야 하는 귀찮은 일'이 아니라 내 몸이 쉴 수 있는 많지 않은 시간이다. 씻으면서 내 마음이 내게 무슨 말을 거는지 귀 기울여 준다면, 하루를 좀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선물로 돌려줄 것이다.




4. 길을 걸을 때 폰을 꺼내지 않고 걷기.


핸드폰만 일상에서 빠지면, 그 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처리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꽤 능력이 많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초당 대략 24장의 이미지로 구성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도 내용을 곧 잘 이해해준다. 만약 나의 뇌를 의인화해서 표현한다면 "어때? 나 일 잘했지? 이제 조금 쉬면 안 돼? 사실 정리 안 하고 묵혀둔 생각들이 많아서 에너지가 부족해." 하고 말을 했을 것 같아 미안하다.




5. 스마트폰을 특별한 목적 없이 보고 있다면, 잠시 스스로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기.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드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아서, 나쁜 기분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 순간 '지금 할 일이 많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아 회피하고 싶었구나'하고 이해해준다면, 폰을 내려놓기 이전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가뜩이나 가짜 뉴스, 허위 정보가 넘쳐나는 스마트폰 안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일은 소모하는 에너지에 비해 내게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피가 아닌, '나를 알아갈 여유'이다.




2020.3.18 내 인격을 사랑하고 가치를 인정하기 위한 리소스 노트. 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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