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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다를 만드는 시간

내 방안의 작은 바다, 디퓨저 만들기

by 모유진







살다보면 열심히 노력해도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나기 힘들 때가 많다.

오랜기간 끈기를 가지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일들이 사실 대부분인 것 같다.

사람관계도, 원하는 일과 꿈에 다가가는 것도.


그러다보니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수업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재능과 오랜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일들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하루만에 결과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현대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구나.'하는 작은 성취감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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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

'나라면 디퓨저 공병 안을 더 다채롭게 꾸며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

실제로 바다에 놀러갔을 때 온 사방 바닥에 깔린 게 다 재료로 보였다.

구멍이 송송 뚫린 작은 화산석과 손톱만한 조개.

작은 병 안에 채워질 바다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설렜다. (그래서 실제로 한 아름 주워왔다.)

뭐든지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하는 탓에 kc 인증부터 알아봤다.

고작 디퓨저 한두개 만들려고 20만원 가까이 하는 비용을 내며 몇주동안 서류와 시름한 게 허황되게 느껴졌지만 아마도 내가 이 일을 무척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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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오일을 배합하고 바다를 꾸미는 일은 그 순간 '창조주'의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게 한다.



'하나님이 물을 땅이라 칭하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 칭하시니라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1:10


손바닥 안에 담기는 작은 디퓨저를 만들어도 이렇게 보기 좋은데 하나님은 바다를 만드셨을 때 얼마나 기쁘고 소중하게 느껴졌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바다를 선물 받은 사람이 되었다. 디퓨저를 하나 구매하는 것도 대가지불이 필요한데 나는 이렇게 광활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대가없이 누릴 수 있는게 말이 되는 일일까.

매일 다른 하늘과 구름이 있는 바다. 하루도 같지 않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건 참 선물 같은 일이다.


누군가 내 디퓨저를 받았을 때 그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조명에 따라 달라지고 디퓨저가 닳아갈 때마다 그 느낌조차 예쁜 이 디퓨저가 바다를 보는 것처럼 선물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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