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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비카 카페인 Apr 20. 2018

돈가스

2018.04.20

어머니는 튀긴 음식을 집에서 하지 않았다.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튀긴 음식은 맛있고 요리하기도 간단하지만 치우는 과정에 품이 너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돈가스처럼 거대한 튀김을 하려면 치워야 할 기름이 더 나오니 맛있는 돈가스 집을 찾을지언정 절대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지는 않았다. 


장모님은 돈가스를 집에서 만든다. 돼지고기를 사서 잘 두드린 다음에 밑간을 해서 숙성시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 후에 빵가루를 묻혀 깊은 프라이팬에 가득 채운 기름 속에 퐁당 넣는다. 두툼한 고기를 좋아하는 장모님의 취향대로 완성된 돈가스는 식당에서 찾기는 힘든 비주얼이다. 


기름을 치우기 싫어서 집에서 튀김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해 보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 취향에 맞는 돈가스를 만들기 위해 집에서 직접 돈가스를 튀기는 것도 다분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식당에서만 돈가스를 먹은 한 인간이 같은 요리를 내 부엌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20여 년 간 전혀 하지 못 했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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