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내 이름 뒤에 작가란 호칭이 붙었다. 책이 나오기도 전인데 같은 꿈을 꾸는 분들이 작가라 불러 주셨고, 어색했지만, 그냥 받아들였다. 내심 싫지 않았고, 나도 뭔가 된 듯 새로운 호칭이 썩 괜찮았다.
1년 뒤, 첫 책이 꿈처럼 출간되었고, 작가란 호칭이 자연스러워졌다.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작가라 하면 으레 기대되는 수준이 있지 않겠나. 나의 글쓰기 실력이 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릴 것 같았다. '작가라면서 글이 왜 이래?', '개나 소나 다 작가 하겠다' 결정적으로 교수님께 '글이 잘 안 읽힌다', '글이 넘어가질 않는다' 등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트라우마처럼 공포감이 동반됐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글을 쓰면 적나라하게 보일 수밖에 없음에도 나는 또 글을 쓰고 있다. 작년 한 해는 거의 매일 포스팅을 했을 만큼 열심히 글을 썼고, 매달 칼럼도 쓰고 있다. 브런치에도 4번째 도전에 성공했을 만큼 글을 쓰고 싶다고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 글들을 편하게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기까지도 몇 시간을 고민하고, 쓰면서도 잘 썼나, 못 썼나 내내 검토한다. 두 눈 질끈 감고 '발행' 버튼을 클릭한다. 쓴 후에도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글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내리고 또 괴로워한다. 이 미친 짓을 왜 계속하고 있는 건지...
좀 전에 갑자기 머릿속을 스쳤다.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나 보다. 고통이라면 안 쓸 텐데, 죽어라 도망 다닐 텐데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뭐가 그리 좋을까.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 그 사랑을 얻고 싶어 갈망하며, 한 걸음 뒤에서 열심히 쫓아가고 있었다. 그 사랑이 '인정'일까? '역시 작가네~ 글이 역시~'를 듣고 싶은 건가.
'잠시, 멈춰봐 봐. 너 행복하니? 그 인정을 받으려다 글 쓰는 시간이 메말라가고 있어... 생기 없이 파삭파삭 부스러질 것 같아...'
'가슴에서 팔딱팔딱 뛰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섬광처럼 찰나에 떠오른 생각들을 전하고 싶어. 날것이어도 괜찮아. 아무도 인정 안 해도 돼. 내가 쓰고 싶은 거, 쓸래.'
글쓰기가 사랑은 맞다. 마음 이야기를 쓰고 싶고, 알리고 싶고, 나누고 싶다. 분명 죽는 날까지 함께 갈 동반자다. 대신 짝사랑, 이제 끝내련다. 됐다. 가라. 날 좋아하든, 싫어하든 당당히 내 것을 쓰련다.
나 혼자 시작하고, 떠나라 마라 하니 미안하네. 그래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