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일상이 단조로워지더니, 삶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이라면 절대 관심도 없었을 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길에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흠칫 놀라며 옆으로 살짝 비켜가고 긴장하는 내가 강아지를 키우게 됐다. 딸들이 아무리 소원해도 관심 1도 없었던 강아지였는데. 가족의 정신건강 활력을 위해 선택을 감행했다. 강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친해지려 노력 중이다. 나에게는 노력이 무지무지 필요한 일이다.
얼마 전부터는 갑자기 콩나물을 길러보고 싶었다. 화분 죽이기의 대가라서 콩나물은 잘 자랄까 싶어 거들떠도 안 보던 일인데 콩나물도 길러서 먹어보고 싶었다. 이 역시 코로나 덕분의 변화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이진 않아서 쇼핑몰을 뒤져보거나 검색도 하지 않았다. 막연히 품은 이 소망을 매일 조금씩 물만 주고 있었다.
며칠 전에 거실 한 켠 나의 책상 옆 오디오 위에 못 보던 천 가방이 놓여져 있었다. 누가 갖다 놨지 생각만 하고, 열어보지는 않았다. 분명 딸들의 것이니, 두자 했다. 며칠이 가도 그대로 있길래 호기심이 생겼다. 정리하기 귀찮지만, 요즘 정리 열풍까지 불고 있어 가방을 집어 들었다. 안에 보니 종이들이 있다. 코로나 우울 극복하기 마음 처방이라며 인쇄물이 있고, 일회용 그릇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중학교 1학년 딸의 것이었다. 학교에서 나눠 준 종이들이었다. 다시 살펴보니, 일회용 그릇은 콩나물 기르기였다.
'오잉? 콩나물 기르기라고? 내가 하고 싶었던 건데'
간편 일회용 용기와 콩, 검은 천까지 패키지로 들어 있다. 콩나물 기르기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건 완전히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딸을 불러서 물었다. 콩나물 길러도 되는지 확인해야 하니. 물어봤더니, 나보고 마음대로 하란다.
"학교에서 나는 이거 안 한다고 했는데 자꾸만 프로그램 들으라고 했어. 콩나물 기르는 거 말고, 제작하는 거 신청했는데 이걸로 나왔대. 나는 별론데.. 엄마가 키워~"
와~ 어떻게 이런 일이~ 내 마음 속에서 바랐던 일이 떡하니 벌어졌다. 내 책상 바로 옆에 놓여졌던 천 가방 속에 나를 위한 콩나물 기르기 선물셋트. 나는 이런 순간 외친다.
"역시, 우주는 내 편이라니까!!!"
남들은 웃을지도 모른다. 아니, 웃는 정도가 아니라 비웃을 수도 있다. 고작 콩나물 기르기 하나로 우주가 자기 편이라 하니, 너무 하다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우주를 내 편이라 믿는 순간부터 인생이 달라졌기에 늘 감사하며, 마음에 저장한다. 우주가 내 편인 증거를 모으고, 기록한다. 나를 위해서.
나는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잘 될 일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애시당초 기대를 말자, 실망하면 나만 아프니까'라는 마음으로 지냈다. 일이 잘 되고, 성공을 해도 자만하면 이 행복이 날아갈 것 같고,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 맘껏 기뻐하지도 못했다. 겸손해야 하고, 남들을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우주가 내 편이라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생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