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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May 01. 2020

작가 되길 잘했어!!!


 


2018년에 '화내는 엄마에게'라는 책을 냈고, 나는 '작가'가 되었다. 내 이름 석자 뒤에 붙는 '작가'라는 말에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글을 쓰는 일이 좋아졌고,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같고, 그만큼 나의 실체를 들킬까 봐 두려운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작가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로 글솜씨가 좋은 것도 아니고, 책을 엄청 읽은 것도 아닌데, 이름 뒤, 호칭의 무게가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계속 '작가'로 살고 싶게 해 주는 순간들이 있다.


지난주, 아주 특별한 TEa Time이 그랬다. 나는 티타임에 나름의 의미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다.


Trust, Empathy, and Time.  신뢰와 공감이 함께하는 시간.


'화내는 엄마에게' 1주년 소소 모임 때도 함께 해 주시고, 내가 운영하는 아라차림 상담소의 '스며드는 프로젝트'에도 매달 함께 해 주시는 독자이자, 소중한 '친구'님. 작년에 '화내는 엄마에게' 책을 도서관에서 보시고, 한동안 열어보질 못하셨다고 했다. 용기 내어 읽으시고, 많이 우셨다. 내 이야기가 친구님 이야기 같으셨을 거고, 내 마음이 친구님과 통했기 때문일 거다.


처음에 친구님께서 용기 내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주셨지만, 강의, 모임 등 만나는 기회들에서 주저하실 때가 많았다. 사정이 생기기도 했지만, 뒤로 물러나심이 보였다. 마음을 치유하고 싶으면서도 두려우니까. 이런 마음, 다그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만남에는 이유와 인연이 있고, 더 깊이 만날 때가 있으니 억지로 할 수 없음을 안다. 지금의 마음만큼 우리는 만날 수 있다. 언제든 나와 함께 하시고 싶을 때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나는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음만 전해 드렸다.

이런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올해부터 스며드는 프로젝트인 스프에 함께 해 주실 때는 깜짝 놀랐다. 다른 분인 줄 알 정도로 친구님 안의 깊숙이 닫아두었던 사랑의 빛이 나왔다. 올해 코로나로 아이와 24시간 붙어있어야 할 때도 중심 잡아가시며 가족과 나 사이 균형을 찾아가셨다. 친구님의 모습을 매일 바라보며 감탄했다.


지난주에 김치를 담그셨는데, 내 생각이 났다며 저희 동네로 와 주신다는 서프라이즈 제안에, 나도 덥석 손을 잡았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표현하시기까지 용기 내셨음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뵙고 싶었다. 7살 아드님과 한 시간 거리를 와 주셨다. 한 가득 준비해 주신 정성에 감동 그 자체였다.

카페에서 2시간 동안 깊은 이야기 나누면서 친구님도, 나도 인생 한 조각을 저장했다. 어떤 TEa Time 보다 특별한 시간으로. 친구님 뿐만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신뢰와 공감의 시간은 살면서 꼭 경험해야 한다. 이 시간이 우리의 생기를 살린다.


친구님의 7살 아드님도 2시간 동안 어찌나 의젓하게 있어주는지 고마웠다. 마지막에 그림을 그려준다며 냅킨에 자기만의 세상을 멋지게 표현했다. 헤어질 때는 찐한 뽀뽀도 해 주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엄마 친구 예쁘다고 칭찬해줬다니~~ 내가 어디서 멋남에게 이런 칭찬받겠나 싶어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집에 와서 준비해 주신 음식들 보며, 또 감탄했다. 이 정도 김치를 싸 주셨으면 얼마나 많이 담그셨을까 싶고, 친구님의 마음이 더없이 감사했다.

 이러니 내가 '작가가 되길 잘했어~~~'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내 이야기를 열심히 썼을 뿐인데 감동의 선물을 받는다.


엄마로 살면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다. 나의 기질, 성격과 맞지 않는 역할들도 엄마라는 이유로 해내야만 했고, 남편과의 어긋남에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참아내야 했다. 나의 선택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에 '나'는 제일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삶의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에게 폭발하고 상처를 주었다. 아이들을 위해 참고 견디는데 아이들도 나도 너덜너덜해지는 웃픈 고리를 끊어야 했다.


방법은 내가 기운차리는 수밖에 없었다. 내 자신이 오롯이 서야 아이들 옆에서 든든히 갈 수 있다. 상담, 모임, 명상, 버츄프로젝트 등 나를 살리는 마음치유를 실행했다.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은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고, 엄마들과 함께 가고 싶었다. 상담실에서 만난,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는 엄마들을 치유하고, 또 그 가정의  아이들을 돕는 방법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런 소명을 가슴에 품고 두렵지만 차근히 쓰고, 읽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작가라는 이름의 우쭐함에 한동안 취했지만 이제는 안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을 관찰하고, 살아내며 머물러 포착하고 깨닫는 것이  진짜 작가의 길임을.


앞으로도 나의 삶, 경험을 열심히 기록할 거다. 알아차리고, 생각하고, 통찰하며 나눌 것이다. 방황하고, 마음 아픈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새긴다.  


 사실, 두 번째 책을 출판사와 계약하고 준비 중인데 몇 달이 지났다. 자신이 없었다. 세상에 다시 내보이기가 무서웠다. 어제 드디어, 1장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았다. 다시 글을 쓸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글솜씨가 뛰어난 작가도 있다. 진심으로 삶을 나누고 싶은 작가도 있다.  내게 주어진 길로, 그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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