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상담사 Uni Sep 05. 2022

버츄프로젝트는 삶의 필수품

 나는 10개 중에 8, 9개를 잘 해내도, 실수하거나 남들보다 못하는 1개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었다. 잘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못하는 것이 없도록 완벽하게 해내야 했다.  나 혼자일 때는 그래도 잘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하거나 힘들 땐 피하면 되는데,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부터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 자극 추구 경향이 높고, 불안한 것이 있을 때는 두려운 마음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딸들은 더더욱 엄마가 원하는 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  

 16살, 12살 한창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딸들과의 시간을 든든히 지켜주는 건 바로 버츄프로젝트였다. 52개의 미덕과 5가지 전략으로 삶에 대한 태도를 알려주는 활동이다.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내가 애타게 찾던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회복이 되었지만, 어딘가 모를 한계가 느껴졌다. 존재를 신뢰하고 확신을 갖게 하는 무언가가 필요했었다. 사춘기 아이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은 버츄프로젝트로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한 사람을 바라보는 가장 따듯한 시선이라고 말한다. 빛나고 필요한 것으로 바라보기.

 첫째 딸이 6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한 가지 공약을 걸었다. 평소에 아침 8시면 등교를 했는데, 새벽 6시에 일어나겠다고 말이다.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가는 시간이 아깝다면서 뭐라도 하고 가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아이가 많이 컸다는 생각에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그 새벽에?’라는 의심도 들었다. 3월이 되었고, 새벽 6시에 알람이 울렸다. 아이가 일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대견했는데, 그것도 잠시 알람은 계속해서 울렸다. 3월이라 아직은 깜깜한 새벽에 알람 소리가 울려대니 잠은 달아나고, 아파트라서 옆집, 윗집에 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딸은 방문을 잠그고 잤기 때문에 내가 들어가서 꺼줄 수도 없었다. 방문을 두드려 아이를 깨워서 알람을 끄게 하는 일이 며칠 반복되자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괜히 알람을 맞춰서 일만 만드는 것 같아 불만이 생겼고, 약속도 못 지키고 말만 하는 아이라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버츄프로젝트의 따듯한 시선이 생각났다. 좋은 육아서를 아무리 많이 읽고, 전문가의 강의를 들어도 실제로 적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아이와 맞닥뜨리는 상황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빛나고 필요한 시선으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알람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피곤해하는 딸의 모습에서 빛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52개의 미덕에서 찾기가 어려웠는데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맞춰보기로 했다. 일어나겠다고 결심하고 알람을 맞춘 결의, 아침 시간을 활용해 보겠다는 목적의식과 열정이 떠올랐다. 이 생각만 해도 딸에 대한 마음의 문이 열리는 듯 느껴져서 신기했다.

 그다음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필요한 미덕을 찾는 일이다. 아이들은 배워가고 성장해 가는 중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을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알람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잠이 깨지 않는다면 자는 시간을 앞당기거나 알람 시간을 조정하는 자율,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신뢰, 책임감. 이 미덕들을 아이가 깨워가야 할 내면의 힘으로 찾았다. 빛나고 필요한 미덕들로 아이를 바라보니 밉고, 못 미더운 13살이 아니라 앞으로 더 멋지게 자라날 듬직한 딸로 여겨졌다.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화를 내고, 부정적인 말들로 상처를 주어 말만 잘 듣게 하는 것이 아니다. 실수하거나 실패한 일들에서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깨닫고, 마음을 조절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당장 아이가 바뀌지 않는다고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시간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응원하고, 지지하며 믿어줄 수 있다.


 그 뒤로도 아이에게 일이 생기면 따듯한 시선을 열심히 적용했다. 아이가 학습지를 하지 않았는데도 거짓말로 핑계를 댔을 때는 과연 빛나는 것이 있는지 현타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2개의 미덕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찾아봤다. 매일 공부하기 힘드니까 하지 않을 방법을 궁리해서 기지를 발휘한 것일 수 있고, 거짓말이 들키면 혼날 텐데도 용기를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약속에 대한 신뢰를 지키고, 엄마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학습량을 조절하거나 힘들어도 인내와 끈기를 발휘하는 것도 필요한 힘이다. 거짓말을 했다고 나쁜 아이로 낙인찍는 것보다 아이를 존중하면서 문제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건 나 역시 아이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도 미덕이 좋은 방법이었다. 흔히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 나쁘다고 보거나, 하릴없이 시간만 버리고 있다고 보게 된다. 둘째 딸은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무척 재밌어하고, 좋아했다. 나는 게임을 하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느껴질 정도로 흥미가 전혀 없는 편이라 아이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유심히 지켜보았다. 게임할 때 신나서 몰입하는 아이를 보며, 그 모습도 인정해 주고 싶었다.

 한 번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66일 동안 매일 출석해야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아이는 그 아이템을 얻겠다며 하루에 한 번씩 출석도장을 찍는 일에 집중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해내겠다는 일념이 대단했다. 학교 숙제, 학업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아이가 흥미를 갖고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으로 지지받을 때 내면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침내 둘째 딸은 66일까지 출석을 완료해서 ‘황금 알’ 아이템을 얻었다. 나는 이 날을 기념해서 상장을 만들어 주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서, 매일매일 꾸준히 노력하고, 끝까지 완주해낸 ‘끈기와 목적의식’ 상장을 케이스까지 준비해서 선물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경계의 울타리를 튼튼히 정하고, 그 안에서 마음껏 자신의 열정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준다. 아이가 열심히 빛내는 미덕들로 인정해 주고, 필요한 힘들은 알려 주어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동행한다. 자녀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니,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유연해지고, 넓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내가 나를 비난하고, 지적하며 살아왔었지만 인정하고, 응원하며 가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버츄프로젝트 덕분에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마법의 안경을 선물 받았다.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선택해서 쓸 수 있는 삶의 필수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은 주사위가 갖고 싶다고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