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나 유튜브에서 시크릿, 끌어당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마치 큰 부와 성공을 위해서만 쓰이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로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도 했었는데, 평범한 나는 이 끌어당김과 친해지기 위해서 다양한 상황에 대입해 봤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말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필요했으니까.
나의 일과 성공을 위해서만 시크릿을 주로 적용했었는데, 한 번은 둘째 딸의 대회 도전에 실험해 봤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는 난독증이 있어서 글씨를 읽고 쓰기까지 난관이 있었다. 글씨가 조금 늦는다는 것이 이리도 삶에 시련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딸을 통해서 알았다. 요즘은 초등 1학년만 해도 한글을 모르고 들어오는 학생이 없을 정도인데, 글씨 읽기가 원활하지 않으니 친구들보다 수행이 늦어지게 되고, 물어봐야 하는 상황들 속에서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졌다.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해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가라고 하지만, 아이는 다들 알고 있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다는 경험을 마주하기가 얼마나 싫었을까.. 지금 그때를 떠올려도 참 미안하다.
시크릿을 삶에 적용하면서 달라진 건, 시간이 걸리고, 당장은 힘들어도 어려움이 풀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의 확신이다. 아이가 당면한 문제 앞에서도 우리가 꼭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말해주고, 엄마로서 불안해하기보다 아픔을 지지하고, 희망을 품고 갈 수 있었다. 물론 길을 찾기까지의 과정에서 지칠 때도 있지만 미래를 그리며 나를 다독이고, 버텨갈 힘을 얻었다.
아이의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강점을 발견해서 싹 틔울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예술적 감성이 남다르고 독특하다는 칭찬을 받았었고, 달리기, 체육 시간을 제일 좋아하며 운동 감각도 있는 편이었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물고기, 곤충, 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어느 날 머릿속에 '승마?' 생각이 스쳤다. 운동 신경도 있고, 동물 사랑도 크니 승마를 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마침 우리 동네 근처에 승마장들이 몇 군데 있었고, 경기도에서는 학생들에게 승마체험을 지원하고 있어서 접근이 쉽게 느껴졌다. 경기도에 살진 않아서 아쉽게도 좋은 기회를 갖진 못했지만, 지레 포기하게 되지는 않았다.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뭐라도 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팔자에도 없던 승마 유소년 선수의 부모역할도 선택했다.
선수라 하면 아무래도 대회에서의 메달이 관건이 된다. 일 년에 3~4번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이다 보니 그동안 갈고닦아왔던 실력을 인정받는, 절실한 순간이 된다. 아이는 정서적으로도 민감하고,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부분도 있다 보니, 승마를 배우면서도 기복이 있었다. 운동감각은 있는데 선수에게 필수인 성실과 끈기, 인내는 힘에 부쳤었다. 아이가 상대적으로 키워야 할 태도들은 승마를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나도 잘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아이와 승마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 그래도 이어가야 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마침, 대회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하늘이 길을 알려주기 하여도 하듯, 대회 훈련하면서 아이도 목표가 생기고, 의욕이 올라갔다. 장애물 경기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매진했다.
승마 장애물 경기에서 순위 결정 방법이 생소했다. 9개의 장애물을 순서대로 넘고, 주최 측에서 미리 정한 시간에 가장 가깝게 들어오는 대로 순위가 정해지는 룰이다. 또, 시간에 가깝게 들어왔어도 장애물을 떨어뜨리면 벌점을 받아서 아깝게 순위권에서 밀린다. 장애물을 완벽하게 넘고, 정해진 시간에 맞게 들어와야 메달 안정권이 된다. 모든 경기가 그렇겠지만,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우선, 말과 함께 하는 경기라서 돌발상황도 많고, 0.1, 0.01초로 순위가 바뀌니 아슬아슬함이 최고였다.
이번 대회에서 지정된 시간은 40초. 9개의 장애물을 넘고 피니쉬라인 통과 시간. 첫 번째 30cm 경기에서 장애물은 모두 클리어했지만 36초, 37초로 통과하면서 아쉽게 끝이 났다.
두 번째 40cm 경기를 시작하면서 순간, 시크릿이 떠올랐다. 스포츠 선수들도 실제 경기에 앞서 마치 경기를 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로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그래, 이번에도 도전!!!'
아이의 순서까지 5명 정도 남았을 때였는데 그때부터 심판대 위에 있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빨강 숫자로 쓰인 '40.0'을 상상했다. 다른 선수들이 실패하고 안 되기를 바라는 부정적인 마음 대신에, 우리 아이는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긍정의 에너지로 기다릴 수 있었다. 40초에 들어오지 못해도, 순위에 들지 않더라도 그 결과보다도 아이를 응원하여도, 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고 싶었다. 끝난 후에도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도록.
곧이어 시작된 40cm 경기에서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시작할 때도 전광판 한번 바라보며 40초 상상하고, 속으로 '최선을 다 해 보자!!' 응원했다. 한 개 한 개 장애물을 넘을 때마다 저절로 기도하는 손이 되었는데, 무사히 클리어로 완주했다. 이제는 시간이다. 드디어, 아이와 말이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고, 관중들의 시선은 일제히 전광판의 시계로 향했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내 눈앞에, 방금 전까지 열심히 상상했던 '40'이 현실로 보이고 있었다.
0.00001초의 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선명했다. 그리고, 시간은 39.99로 바뀌었다. 피니쉬 라인 통과 선에 맞춰 조정된 시간이 39.99였다. 지금도 이때의 영상을 보면 비명소리가 너무 커서 민망할 정도로 나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금메달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상이었다.
당연히, 매번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후의 대회에서도 정해진 시간을 눈 부릅뜨고 상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대회의 순간에도 원하는 결과대로 되지 않았다고 실망하고 낙심하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의 경험도 좋지만, 되지 않았을 때 얻는 것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도 알고, 속상한 마음도 들지만, 다음 경기에 더 열심히 임하게 되기도 한다. 성공과 실패 어느 쪽이든 이 경험으로 성취를 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주 가끔이라도 원하는 대로 딱 들어맞는 짜릿한 순간들이 있어서 난 두려움보다 희망으로 선택해 갈 수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