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1, 첫째 딸은 4학년 때부터 트와이스를 좋아했어요. 팬클럽도 들고, 포카 모으고 정리하기가 취미이죠. 포카는 아시죠? 포토카드 줄임말이에요. 콘서트 때도 표가 비싸서 혼자 들어가야 한다고 했더니, 혼자 들어갔어요. 서울 끝에 사는 아이가 트와이스 언니들 생일 카페 이벤트 공지 뜨면 압구정, 강남도 혼자 갔다 와요. 가장 좋아하는 언니들 덕분에 딸의 자립심이 부쩍부쩍 커가고 있어요.
사춘기가 살짝 지나가고 있대도 친절하지 않은 말투의 딸이 상냥하게 다가올 때는요. 다 트와이스 덕후 활동을 할 때에요. 이번에도 음반 예약해야 한다며 문상 줄 테니 결제해 달라고, 제게 몇 번이나 친절히 말을 걸어줬는지 몰라요. 저는 빨리 해 주지 않고, 시간을 조금 끌죠. 이럴 때 아님, 방이 좋다고 나오지 않는 딸 얼굴도 보고, 대화도 나눌 수가 없어요.
지난주부터 다현 언니 생일이라며 생일 이벤트 카페를 알아뒀대요. 혼자라도 간다더니, 이번에는 슬쩍 저보고 같이 가자네요. 5학년 때만 해도 채영언니, 나영언니, 사나언니 생일 이벤트 때마다 저에게 가자고 엄청 졸라대서 간신히 갔었어요. 1학년 동생까지 대동해야 했고, 추운 겨울도 있어서 큰 맘먹고 움직여야 했거든요. 함께 가자고 할 때마다 자기도 번거로웠는지 혼자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같이 가자 해요.
이제 저도 상황이 바뀌었어요. '이게 웬 횡재야' 하며 아주 쪼금 튕기다가 가기로 합니다. 카페 가 주면 딸이 커피를 사 주거든요. 딸에게 얻어먹는 커피 맛이 일품이에요. 코로나 이후, 밖에 거의 나가지 않는 딸과의 데이트도 일석이조죠. 설레고, 기대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쁨입니다.
트와이스 생일 이벤트 카페 가면 한쪽에 사진 전시장이 있어요. 몇 번 가보니, 익숙하네요. 누군가, 생일에 정성스럽게 사진을 뽑아서 전시해 주고, 이벤트를 해 주는 기분은 어떨까요?
사진들 보니, 참 예뻐요. 우리 딸이 늘 들여다보는 모습들이죠. 포카를 모으고 정리할 때 뿌듯하고 희열이 느껴진대요. 포카 속 언니들 모습 보며 우리 딸도 내면에 예쁜 모습, 멋진 모습들 담겠죠. 자기의 삶을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열심히 개척하고 있는 언니들 모습도 배우고 있을 거예요. 인생이 늘 이럴 때만 있지는 않지만, 10대인 딸의 마음속에 행복한 모습들이 많이 담겼으면 좋겠어요.
생일 이벤트 카페에 엄마 커피값까지 대 주면서라도 가려는 이유. 컵홀더와 포카, 선물들이 있거든요. 쑥스러워하면서도 전시장 있는 오빠들에게 가서 받아왔어요. 어찌나 소중히 다루는지 가방에 넣어도 구겨질까 엄청 신경 쓰네요. 자신에게 소중한 걸 귀하게 보관하는 방법도 이미 터득했습니다. 저에게 앉아서 커피 더 마시라고 하고, 혼자서 전시장 또 몇 번 다녀오네요. 보고, 보고, 또 봐도 그리 좋은가 봐요.
한 10년동안은 딸들과 어디를 가야 하나 검색해서 찾아보고, 준비해서 다녀오는 중요한 일과였는데, 이제는 바뀌었어요. 딸이 가고 싶어 하는 곳에 제가 따라가야 하죠. 딸이 좋아하고, 바라보는 세상을 뒤에서 함께 바라보아야 해요. 딸과 소통하기 위해서죠. 이런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요.
딸에게 '너는 트와이스가 왜 그렇게 좋니?'라고 물을 때가 있는데, 아무 의미 없단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냥 좋은 거죠. 마냥 좋은 거죠. 자기가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존중하고, 열정을 표현하는 게 기특하죠. 저도 제가 좋은 걸 더 찾아야겠어요. 딸이 '엄마는 왜 그렇게 좋아?'라고 묻는 날이 온다면 저도 기쁠 것 같아요. 제 마음에 열정이 뿜 뿜 하다는 거니까요.
딸이 트와이스 덕후라 돈이 든다는 것이 제일 단점이지만, 좋은 점들도 훨씬 많아요. 학원에 보내서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배우고 있죠. 자기 일에 누구보다 열심히 도전하는 사람들의 길을 보고 있고, 활짝 웃고 있는 긍정적인 모습도 흡수하고, 포카 정리를 위해 여러 방법으로 정돈 방법도 배우고 있어요. 혼자서 대중교통 이용법도 터득해서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며, 자신감 업이에요. 혼자 가서도 낯선 사람들과 공통 관심사로 금세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포카를 나누는 배려와 친절을 경험해요. 언젠가는 다녀와서 "엄마, 세상은 아직 따듯해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아요~"라고 말했어요.
무엇보다 저와의 연결고리가 돼줘요. 점점 저와 의사소통 소재가 떨어져 가는데, 트와이스 이야기만 하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예전에 사춘기 딸과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상담받으셨던 어머니께서 한 달 만에 오셨는데 문제가 다 해결되셨대요. 강다니엘을 엄마랑 딸이 동시에 좋아하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대요. 어머니도 생기가 반짝반짝하시더라고요.
트와이스, 돈이 많이 들어갈 때는 JYP 밉다고 했는데, 고마울 때가 더 많아요~ 딸아, 네가 트와이스 덕후라 엄마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