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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by 아라

어릴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세발자전거부터 탔다. 세발자전거는 페달 돌리는 법만 배우면 누구나 탈 수 있다. 이제부터는 기억이 난다. 조금 커서는 네발자전거를 탔다. 두발자전거에 보조 바퀴가 달린 형태인데 이것도 페달 돌리는 법만 알면 누구나 탈 수 있다.


비약의 단계는 네 발에서 두 발로 갈 때이다. 자전거 배우기의 가장 두렵고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세발자전거, 네발자전거는 자전거 자체로 혼자 서 있지만 두발자전거는 멈춘 상태로는 서 있지 못한다. 두발자전거를 멈춰 세워두려면 나의 두 다리로, 나의 두 발로 바퀴를 지탱해야만 한다.

처음 두발자전거를 배울 땐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 준다. 넘어질까 봐 두려워 잡아주는 이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안 넘어지게 꼭 잡아 줘. 손 놓으면 안 돼.”


하지만 결국 손을 놓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나를 잡았던 누군가가 손을 놓는 그 순간 드디어 나는 스스로 바퀴를 굴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서 있는 두발자전거는 넘어진다.

그러나 굴러가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나의 두 발로 바퀴를 굴리면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변화 속에서 성장한다. 스스로 몸을 움직일 때 성장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넘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나를 지키는 쪽으로 핸들을 꺾으면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는 쪽으로 나를 맡기고 핸들을 꺾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어려움이나 두려움이 다가올 땐 두려움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기보다는

어려움이나 두려움 쪽으로 오히려 핸들을 꺾는 게 낫다.


자전거를 드디어 혼자 타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멈추는 방법이다.

30대에 동호회에 가입해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운 적이 있다.

스스로 설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을 때

공터에서 끝없이 연습한 것은 멈추는 방법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자마자 맨 처음 배운 것이 멈추는 방법이었다.

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제대로 멈추는 것이다.

자전거 배울 때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은 넘어지는 것이다.

타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면 누구나 자전거를 배울 수 있다.

모든 것은 넘어져야 배울 수 있다.


자전거는 한 번 배우고 나면 오랫동안 타지 않아도 금방 탈 수 있다.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몸으로 배운 것은 머리가 잊어도 몸이 기억한다.

몸으로 배운 것은 몸이 기억한다. 진짜 배움은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익힐 습(習). 새가 날개짓하는 모습을 본딴 한자라고 한다.

끝없이 날개짓하다가 어느 날 날 수 있게 되듯이 끝없이 연습하다 보면 배울 수 있다.

그냥 하면 된다. 몸으로 배우면 된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오르막도 나오고 내리막도 나온다.


자전거 배우듯이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

자전거 배우듯이 인생을 배우는 중이다.




※ 10년 전쯤 어떤 강의에서 스치듯 넘어져야 자전거를 배울 수 있단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문득 떠오른 기억을 붙잡고 저의 경험을 떠올리며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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