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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베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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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Aug 26. 2022

8월 11일

베라가 무서워하는 것 

처음 만난 베라는 호기심과 겁이 모두 많은 개였다. 무서운 것이 있으면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사람의 신체 어디에든 손을 얹는다든지, 품에 파고든다든지 하는 그런 개 말이다. 무서운 것이 많은 것과 더불어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마치 겁이 많고, 얌전한, 눈이 큰 친구가 가끔 믿기지 않게 큰 사고를 치는 역할로 나오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여기서도 극단과 극단은 통한다고 무릎을 쳤다�


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같이 걷던 베라를 향해 내 몸을 숙이자 어깨에 매고 있던 작은 가방에 든 물건이 베라 쪽으로 쏟아진 적이 있다. 그 후로 한동안은 목줄의 거리만큼 멀리 떨어져 걸었다. 계단도 무서웠고, 언덕 아래의 집으로 가는 것도 무섭고,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는 것도 무섭고, 자동차의 소음도 무섭고, 집에 혼자 있는 것도 무서워 떨었다. 


무서운 게 이렇게 많지?싶다가도, 입장을 바꿔 생각하자면, 나야말로 더 많은 것이 불안했겠다 싶어 금새 미안해졌다. 버려졌든 어쨌든 길에서 잡혀가 보호소의 작은 케이지에 갖혀있었고, 간간히 어울리는 개들이 의지가 되었을 터다. 그러다 다행히 구조되어 야외같은 견사에서 개들과 지내다 나를 만나 하루 아침에 이상한 소리를 내는 움직이는 것에 실려 집으로 왔다. 이상하고 무서운 동시에 또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 신기해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 베라가 무서워하는 것은 늘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성격에 몸을 잘 사리지만, 그런 조심성으로 살아남기도 했을거다. 같이 사는 인간이 나름 믿을만하다고 파악한 뒤로는 전처럼 떨지 않고, 이상한 것을 보면 눈을 자주 마주치고 궁금한 눈빛을 보낸다. 1년 정도 지내면서 무서워하는 것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동거인을 신뢰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아 내심 뿌듯하다. 연대감을 맛보면 더 용감해지는 사람처럼 말이다. 


우리 사이의 연대감을 그렇게 매일 느끼고 고마워한다. 


+

무서워하고 머뭇거리는 게 있다면, 무서워하는 것을 바로 제거하거나 해결해주지 않는다. 잠시 기다리고, 몸으로 시선을 살짝 가려준다. 그리고 방법을 알려주고 넘어서면 칭찬을 마구해준다. 개울가를 무서워할 때, 터널을 무서워할 때, 헬맷 쓴 사람이 무서울 때 등 여러 상황들을 헤쳐가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이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살 때와는 정말 다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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