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걱정 인형
모르는 다른 견주분이 다가와 말을 했다. 그가 데리고 있는 작은 개는 나이가 많은지 앞이 잘 안 보이는 듯하다. 지나던 베라의 냄새를 맡곤 놀라 뒷걸음질 쳤고, 베라는 그가 궁금한지 잡고 있는 줄을 당겼다. 그가 놀라지 않도록 가까이 가지 말라고 잘 잡고 있었다.
견주분이 말했다.
“저기요, 이런 목줄하면 나중에 목디스크와요.”
“아, 하네스가 있는데, 더워서 가끔 목줄 해요. 잘 안 당기는 편이라...”
“나중에 목디스크 온다고요. 다른 걸로 교체해주세요.”
단호했다.
그의 개가 목디스크가 왔었을까 싶으면서 한 번씩 당기는 목줄에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는 건 사실이고, 그는 그렇게 꼭 말해야 자신의 걱정이 덜어질 터라 아무 말 않고, 베라에게 “베라, 가자!”라고 외쳤다.
차에 돌아와서 ‘혹시 목 뻐근해?’하며 베라 목을 주물렀다. ㅎㅎㅎ
내게 남의 걱정은 관계 안에서만 허용되는 것인데,
어쩌면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온라인일지도.
하루 정도 지난 일인데 기억에 남아 찬찬히 생각해보게 한다.
비약일까, 아이를 뱃속에, 아니면 곁에 데리고 있는 보호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 상황에 처할까. 아이를 일찍 가진 음악가이자 예술가 친구가 만삭의 몸으로 바이크를 타고 다니니, 온갖 종류의 잔소리를 타인에게 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내 몸 안에 있는 아이부터 어떤 공공재산이나 약자로 다루는 여러 상황들이 이상하고 불쾌하고 또 아리송해서 이걸로 작업을 이어갔다.
오늘 나올 때는 목줄을 집다 하네스를 채웠다. 보호자라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하나 없었던 그였으나, 소기의 성취를 이룬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