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B612
"강가에 있으면 자꾸만 듣게 되어요. 그리고 난 슬퍼요. 다 들어줄 수 없으니까요."
네모난 얼굴이 안타깝게 일그러지는 게 보인다.
"B612를 알아요?"
"간판에서 봤어요. 다른 뜻이 있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나를 만난 선물로 알려줄게요. 그건 어린 왕자가 있는 별, 인간의 언어로 행성이에요."
"아, 그건 동화책에 있는..."
"아니, 정말 있어요. 그게 동화책에 등장했을 때 깜짝 놀랐대요. 알고 보니, 1세대 공감 로봇의 실수였다고 하네요."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걸까.
퍼시는 내 의문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 순간 마켓 주인 몰리가 찾아왔다.
"아라, B612 행성에 가 볼래요?"
퍼시는 빨리 가보라며 눈에 한가득 이름 모를 별자리를 담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걷는데 제자리에 서 있는 기분이다. 발아래에 오밀조밀 처음 보는 이상한 모양의 것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개의치 말고 밟으라는 말에 수긍하며 무사히 도착한 곳은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의 별, B612. 사실 그냥 B612라 했다.
그때서야 내가 타고 흘러온 그 무엇이 눈에 들어왔다. 감정의 바다, 이곳에서는 ‘이모션피크’라 부른다 했다.
그리고 몰리는 이곳을 소개해 줄 로봇을 불러오겠다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혼자 남아 어리둥절한 사이, 어디선가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종이를 넘기는 소리. 잠시 후 짧고 깊은 한숨, 이건 꼭 사람의 소리 같았다. 조심스럽게 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메마른 사막처럼 보이는 행성을 난 소리 하나에 의지해 걸었다. 대나무 죽순처럼 생긴 초록 식물이 보였다. 듬성듬성 솟아올라 휘날리고 있는 알 수 없는 기체는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소리와 아주 가까워졌을 때였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발을 헛디딘 나는 ‘이모션피크’에 빠지고 말았다.
겨우 중심을 잡고 사방으로 손을 허우적댔다. 밟고 지나온 이상한 모양의 것들이 눈앞에 흐르고 있는 게 보였다. 내 손톱에서 보았던 보랏빛을 담은 투명한 조각이었다. 순식간에 목구멍으로 그 무엇이 삼켜졌다. 몰리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 2024. geureyo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