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팔월의 마지막 밤이다.
무던히도 덥고 미역작업으로 몸이 힘들었던 올여름.
그래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고 여유로웠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만족의 상태.
돌아보면 지금까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불안이었다.
그 불안이 나를 신앙으로 이끌었고 지금껏 신앙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준 것 같다.
그런데 올여름, 내 지형의 판도가 불안에서 평안으로, 안심으로 바뀐 것이다.
특별히 그럴만한 외부적인 요인은 없지만
아무튼 지금 이대로도 좋은, 자족이 나를 찾아와 주었는데
내면적으로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 별 것 아닌 존재를 받아들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늘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그러나 그러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초조함과 조급함이 있었는데
그걸 놓아버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누가 가져가 버린 것처럼 놓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고 나니 모든 것이 바뀌었다.
더 이상 남에 대해서도 내가 뭐라고... 판단하고 비난할 것이며
잔소리를 해댈 것인가,
자연스레 너그러워지고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게 된다.
지금 내 곁에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묵묵히 제 할 일을 감당하며 불평 없이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다.
어쩌면 이들과 함께 살다보니 조금은 이 분들의 품성이 물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팔월이 내게 주신 선물에 무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