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차를 담그려고 생강을 다듬었다.
별로 먹을 사람은 없어도 겨울이 오면
무언가 저장용 식품 하나쯤 마련해 두고 싶은 건
아마 내 무의식 저변에 연탄을 쟁이고 김장을 하던 여인네의 습성이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인지.
또 다시 내 손엔 뜨개실도 짬짬 들려 있다. 작년에 뜨다 만 것을 풀어서 이번엔 숄을 만들고 있는데 꼭 어떻게 사용해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그저 이 한가로운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바느질을 하거나 뜨개질을 할 때 찾아오는 평온한 느낌이 좋다.
내가 저 들썩이는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
가만히 앉아 쉽고도 단조로운 손동작을 하면서 마음에 쉴 새 없이 오가는 생각들을
바라보는 여유도 생기고...
고즈넉한 겨울밤
눈 온 뒤 끝의 바람에 온몸을 오싹하게 하는 매운 기운이 묻어 있다.
이제 겨울의 본색이 드러나는 이 계절에
나는 좀 더 깊숙이 안으로 침잠하고 싶다.
추위에 온몸을 무방비로 드러내고도 살아있게 하는 근원의 힘, 그 뿌리를 감싸 안는 흙의 온기에 나도 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