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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말을 해

by 관지


지난번 꽃집을 하는 친구가 봄 잘 맞으라며
이쁜 화분을 주었습니다.

"어~~ 꽃 못 키우는데"
"그냥 가끔 물 주면 돼"

말이 쉽지 그 가끔이 언제인지 난 모르는데
받아 들고 오면서도 좀 심란했습니다.
이제 넌 내 손에 죽었구나.

꽃을 좋아는 하면서도 어째 내 손에만 들어오면 죽어 나가는 비운을 몇 번 겪고는
얘들과는 인연이 안된다는 열등감이 제게 있나 봅니다.

분홍빛의 아주 자잘한 꽃잎에
커다란 이파리들이 소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 봄꽃을
어찌할거나 하면서도 거실 한편에 두고 보는데

좀 시든다 싶어 물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싱싱하게 올라오는 폼이 참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어제도 어쩌다 보니 꽃잎은 다 말라있고 잎사귀는 축 쳐져 있어
이제 정말 죽었구나 싶어 놀란 마음으로 물을 주었는데 아침에 보니 다들 무사합니다.

멀쩡하게 있어서 그러나 보다 하다가
손 쓸 겨를도 없이 죽어 버리는 꽃들보다
이렇게 즉각 즉각 반응을 보여 주니 얼마나 이쁜지.

이파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문득 사람도 이랬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렇게 말로,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렇게 알아들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우리의 관계라는 것도 서로에게 기쁨을 주며 오래 유지될 수 있을 텐데

때로, 내가 뭘 원하는지,
상대가 뭘 원하는지 몰라서 말라비틀어지는 인연이 아직도 제게는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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