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하지 마~

by 관지

오늘 시골집을 나오며 이웃을 만났다.

얼마 전 아내는 딸네랑 식당 차린다고 타지로 짐 싸서 나가고 혼자 지내는 터였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그럼 아저씨는 버리고 갈 거야? 농담처럼 물었고

그녀는 아니 뭐~ 집 팔리게 되면 오라고. 그때까지 혼자 지내야겠지, 했다.


워낙 아저씨가 서울생활을 싫어하고 농사만 짓겠다고 해서 내려온 터였고

어쩌다 봐도 줄곧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얼굴은 맨날 시커먼 데다 옷은 완전 노숙자 스타일.

그의 아내는 그런 그가 늘 못마땅했다.


그러다 올여름에는 술을 마시다 사고를 치기도 했고 술이 절제가 안 되어서 병원신세를 몇 달 졌다.


마눌님도 인정 많고 부지런하고 솜씨 좋은 여인인데 하다 하다 포기를 했나 보다, 옆에서 잔소리할 사람도 없으니 이제 완전 술에 절여 살겠구나 싶다.


그런데 오늘 보니 혈색이 살아나고 얼굴에 웃음이 있어서 나는 놀라서 물었다.

"각시도 없이 완전 죽을상이겠구나 했는데 뭐야~~ 얼굴이 피셨네. 비결이 뭐예요?"


지금껏 봐오던 중에서 가장 신수가 환하고 생기가 돌아서 신기해서 자꾸 물었더니 그는 픽 한마디 던지며 내게도 충고를 곁들였다.


"아니 뭐 잔소리 안 들으니까 그렇지. 그니까 잔소리들 하지 마요. 다 내비두면 알아서 하니까.

매일 바빠, 식당에 농사지은 것 보내줘야 하니까. 다 다듬어서 씻기만 하게 보내주거든"


마치 이제야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의 삶을 스스로 살고 있는 듯 파릇한 새싹의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그는 나에게 농사지은 무와 배추를 나눠주었고 나는 자 있으니 얼굴이 펴졌더라는 소식을 꼭 그의 아내에게 전해주겠다고... 웃으며 헤어졌다.






"제가 주님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죄로부터 저를 지켜주소서."

Keep me from stupid sins, from thinking I can take over your work. <시편 19편>


이 말씀을 대하며 내가 주님이 하실 일을 대신하려고 드는 게 뭘까 생각해 보는데 잔소리도 그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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