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젊은 엄마가 전화해서 하소연을 했다.
"저 어떡해요. 간대요."
"어딜?"
"발령받았대요."
그때 큰애가 초등학생이었을까
남편 없이는 못 살 것처럼 울상이더니 2년쯤 지나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아, 어떡해요? 온대요."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며 놀리곤 한다.
남편과 떨어져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그 생활이 얼마나 편한지.
나 역시나 어쩌다 만나는 사이인지라 내색은 안 하지만 온다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남편이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나 혼자의 생활에 익숙해진 터라
별 것 아닌 것도 거슬리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곤 해서 긴장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있는 동안 마음이나 상하지 않고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소박한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마음이 상하고야 말았다.
나는 한 말 또 하고 또 하는 것이 지겹고,
남편은 그런 내 태도가 못 마땅하다가 설거지거리를 놓고 터졌다.
나는 기름기가 있으니 따뜻한 물로 하라고 하고 남편은 자기에게 맡겼으니 자기 식대로 하겠다고 우기며 티격태격했다.
문제는 늘 이런 별 것 아닌 일이 몰고 오는 후폭풍인데....
그동안 함께 살아오며 저장된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기회는 이때다, 하고 우후죽순 뛰어들어 감정에 불을 지르곤 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더 이상 번지지 않고 마무리를 했는데 비결은 '내 것이 아니다.'였다.
저 사람도, 그 인생도 내 것이 아니니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할 수 없다.
나도 나를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저 이도 자기가 자기 맘대로 안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속으로 수도 없이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 보니 묘하게 서로 간 자기를 마음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동병상련 같은 것도 생기더라고.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 각자 평안무탈하게 성탄 전야를
지내고 있다. 감사.
그러므로 우리 각 사람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 하리라.
so then, each of us will give an account of himself to God.
<로마서 14;12>
우리는 함께 지낼 수는 있지만 누구의 것이 될 수 없다. 각자가 하나님의 것으로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으니 그저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 돕는 역할, 그것이면 된다. 부디 주제넘지 않기를, 선을 넘지 않기를.... 나에게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