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리에

by 관지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리고 요즘은 추워서 조금 뒤척거리다 일어나

예배당에 올라간다.


불을 켜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다.


이 당연한 것이 언제부턴가 고맙다.

만약 있었던 자리가 흐트러지고 뭔가 달라져 있다면

나는 불안과 공포를 느낄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냥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

제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고맙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하시니"

<누가 2;49>


예수님이 12살 되던 해.

부모와 함께 예루살렘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

부모와 예수가 엇갈렸다.


마리아는 예수를 잃어버렸다고 하고

예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고 하고.


한쪽이 자기의 제 자리를 찾는 일이

다른 쪽에게는 상실로 여겨질 수 있음이

어쩐지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열두 살에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알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평생 그 자리를 지키며 사셨던 것도.


자기의 자리를 알고 그것을 지켜내는 삶.

특히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덧,

하루 종일 사퇴설로 시끄럽드라만, 그래도 나는 이 분이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기 자신의 이미지보다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가 요구하는 임무를 완수하는 정치인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목숨도 버리고, 자리도 버리는 뉴스들은 이제 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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