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도순

by 관지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김장 도우미를 했다.


네 가구,

여섯 명이 사는 우리 섬에는 네 일 내 일이 따로 없다. 그러니 아마 모든 가정의 김장이 끝나야 우리의 김장철은 끝날 것이다.


다행히 어제, 오늘은 날씨가 춥지 않아 밖에서 하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몸은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즐겁다.

마음은 가볍다.

김장이라는 매개를 통해 함께 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섬살이 4년 차가 되니 제법 손발이 맞아 내 딴에 도움이 되기도 해서.


아무도 나 먹으려고 하는 사람 없다.

자식이든 누구든

그저 주고 싶은 데가 있으니 하는 것뿐.


김치를 비비며, 어르신께서

"내년에도 우리가 오순도순 이러고 있을까" 하셔서

순간 울컥했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저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





얼마나 멋진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형제자매들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


How wonderful, how beautiful,

when brothers and sisters get aiong.

<시편 133 ; 1>


그저 낯선 곳에 와서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날들이

신기하고 감사할 뿐.


나에게 이런 날들을 주셔서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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