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하기

by 관지

1월 4일


우리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가

'활동하는 게으름 active laziness '이라고 부르는 것에 의하여 휩쓸리고 있는가?


게으름에는 동양적 게으름이 있고 서양적 게으름이 있다. 동양적 게으름은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아무 일도 안 하고 일이 생기면 이리저리 피하고 차나 마시며 친구들과 객쩍은 소리를 노닥거리는 것이다.


서양적 게으름은 다르다. 하루 종일 잡다한 일에 쫓겨 다니느라고 진짜 중요한 문제를 대면할 시간이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을 이른바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이 쌓아두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을 가리켜 '꿈속에서 하는 집안일 housekeeping in a dream'과 비슷하다고 말한 스승이 있다.

우리는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무지 그놈의 시간이 없다!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와 자질구레한 일거리들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많고 많은 '책임들'로 가득 채우고 있는 그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짓'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소걀 린포체 <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


나는 게으른 인간인 것이 분명하다.

아무 일도 안 하고 빈둥거리는 것을 좋아할 뿐 아니라, 더하여 문제를 피하려고 일부러 안 해도 되는 일에 진을 빼기도 한다. 이른바 동양적, 서양적 게으름을 모두 끌어안고 살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세월을 허송하다 여기까지 왔다. 이제 더는 책임을 져야 할 것도 (거의 )

없으니 핑계 댈 것도 없고 도망칠 데도 없다.


게다가 시간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좋든 싫든 나는 이제 내 인생의 문제지를 펼쳐야만 한다. 그럴 때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무방한 자질구레한 일거리들을 과감히 잘라내고, 동양적이든 서양적이든 그놈의 게으름에서도 그만 졸업하고

나 아니면 풀 수 없는, 내 인생... 나의 일을 대면하고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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