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by 관지

1월 5일


사랑하는 이를 갑작스레 여의는 일이야말로, 평소 그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용서를 구하고 그를 인정해 주고, 좀 더 친절하게 대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가슴 아프게 일깨워준다.


엘리자벳 큐블러-로스 <인간의 죽음 저자>는 말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것은 상대방이 들을 수 있을 때 말을 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임사체험을 다룬 필생의 작업 끝에 레이몬드 무디 <삶 뒤끝의 삶 저자>는 이렇게 썼다.

"나는 우리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죽음에 가까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어떤 느낌인지를 알도록 하는 일에 마음을 쏟고 있다."



소걀 린포체의 <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어제 ... 아내와 사별한 지 1년 되는 지인분과 통화를 했다.

추모원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누가봐도 천사 같은 아내였고 범생 남편이었다.


그들은 평생 큰소리 한 번 내는 일없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도 아쉽고 그립고 매 순간 너무 힘들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지낸다. 그를 보면 너무 잘하고 살아서 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올해 남편에게 수지맞는 기분이 들게 해 주자고 나름 기특한 다짐을 했는데

이건 사실 혹시 남편이 먼저 가는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덜 후회하려는 꼼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잘하고 사나, 못하고 사나 헤어지는 일은 어차피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인데

조금 덜, 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저 그렇게 유한한 우리 인생,

때로 손 쓸 수도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아직은 이렇게 마주할 수 있고, 목소리라도 들으며 안부를 물을 수 있으니

그도 감사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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