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남겨두는 어떤 것

by 관지

1월 17일


티베트어로 몸을 뤼lu라고 하는데 쓰레기처럼 '뒤에 남겨두는 어떤 것'을 뜻한다. '뤼'라고 말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이 이번 생에 몸을 입고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나그네임을 기억한다.


옛적 티베트에서는 사람들이 삶의 환경을 좀 더 안락하게 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낭비하느라고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먹는 것과 등에 걸치는 옷과 밤이슬 가리는 지붕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듯이, 삶의 조건들을 개선코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목적이 될 수 있거니와 동시에 목표 잃은 고역苦役이 될 수도 있다.


정신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여관방에 투숙할 때마다 까다롭게 실내 장식을 다시 하겠는가?


소걀 린포체 <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 묵상 22쪽>



그들은 먹는 것과 등에 걸치는 옷과 밤이슬 가리는 지붕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그리고 그 남은 시간에는 무얼 했을까.

그리고 그 남은 에너지는 어디에 썼을까.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 말고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은 무얼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사람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고역이면서도 다른 길을 알지 못해서 꾸역꾸역 가는 이들에게

어떤 대안을 줄 수 있을까.


당장 돈이 되는 일이나, 사는 곳이나 평수 등, 눈에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고 삶의 안락이 성공의 척도가 되어버린 이 자본의 시대에 말이다.


안타깝지만, 우리의 신분이 나그네이고 우리가 사는 집이 여관방이라고, 결국은 뒤에 남겨두고 떠나야 할 것들이라고 설득할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