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by 관지

1월 24일


내가 몸담은 전통에서는 지금 모시는 스승들 masters을 붓다들보다 더욱 친근히 공경한다. 물론 붓다들의 자비와 능력은 언제 어디에나 현존하지만, 우리의 아둔함이 가로막아 붓다들을 직접 대면하지 못한다.


그러나 스승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있어 숨 쉬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붓다들의 길, 해탈의 길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내 경우, 스승들은 저마다 살아있는 진리의 화신들로서 지금 여기, 이 세상, 이번 생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인들이었고 해탈을 향한 내 여정에 놀라운 영감을 주는 존재들이었다.


그분들은, 마침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그것을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유일한 생의 목표로 간직하겠다는 신성한 서약의 보증인이 되어주셨다.


내가 마지막 깨달음을 성취한 뒤에야 비로소 그분들의 정체를 알아보고 그분들이 내게 베푸신 사랑과 지혜와 자비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리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소걀린포체 <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29쪽>




이 글을 쓰면서 지금 나의 스승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니 역시 남편이다. 물론 그는 모르겠지만 가장 내 가까이에서 내 에고의 업장을 건드리고 깨어지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아주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다.


내 지인의 남편은 평생 삼식이였다. 그리고 십여 년을 아프다가 돌아가셨는데 남편을 보내고 난 뒤, 그녀가 하는 말은....


" 가고 나니 나 혼자 두지 않으려고 그 아픈 것을 참으며 곁에 있어줬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잘 가시라 했지."였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그녀가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것 같았다.


깨달음이 별 건가.

스승이 어디 따로 있을까.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을 통해 내가 변화되고 자리에 사랑이 어앉으면 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