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by 관지

1월 29일


둣좀 린포체가 부인과 함께 프랑스 여행을 할 때였다. 마을 근교를 지나면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다가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온갖 꽃으로 꾸며놓은 공원묘지를 보게 되었다.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다.

"린포체, 서양사람들이 얼마나 깨끗하고 정갈하게 사는지 좀 보셔요. 시체를 모셔둔 곳조차 흠 하나 없군요. 동양에서는 사람들 사는 집도 저 공원묘지보다 깨끗하지 못할 거예요."


남편이 대답했다.

"맞는 말이요. 과연 문명국답소. 죽은 시체들을 위해서 저토록 아름다운 집을 꾸며 놓았으니 말이오. 그렇지만 당신, 이건 보지 못했소? 저들은 살아있는 시체들을 위해서도 굉장한 집들을 꾸미고 있습디다."


소걀린포체 <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34쪽>




살아있는 시체들.

성경에도 '살았다 하나 실상은 죽은 자'라는 말씀이 있고

우리도 산송장이라는 말을 한다.


겉모습만 요란하고 속은 비어있거나

모양은 있으나 생명의 기능이 소진되었거나

그러니까 한마디로 보이는 겉만 멀쩡할 때....


세상은 사실 이런 이들이 내는 소음으로 시끄러울 것이다. 생명이란 본시 침묵 속에서 제 몫을 살아내고 있으니.


반면에 죽어서도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는 자들이 있다. 결국, 우리는 그 남겨진 족적을 따라 길을 걷는 것이고.


내가 오늘 살아있다고 부스럭대는 소리는 소음인지

아니면 생명의 숨소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