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당신의 자비심은 지금 죽어가는 사람을 위하여 적어도 세 가지 덕을 베풀 수 있다. 우선 그것은 당신의 가슴을 활짝 열어, 죽어가는 사람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조건 없는 사랑을 보여주게 한다.
좀 더 깊은 차원에서, 당신이 속에 자비심을 품고 그것을 겉으로 표현할 때, 죽어가는 사람을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이 영적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영적 수련을 시도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깊은 차원에서, 당신이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자비행 수련을 계속하여 그로 하여금 같은 수련을 하게 만들 때, 그 사람이 영적으로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되찾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자비의 힘에 경계가 없다는 스승들의 말씀이 그대로 사실임을 확인하고 놀라게 되는 것이다.
소걀린포체 <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48쪽>
죽어가는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조건 없는 사랑은 뭘까.
그가 살아온 삶과 지금 이대로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품어주는 것, 그리고 두고 가는 이들을 염려하지 말라고, 편히 보내주는 것 말고 뭐가 더 있을까.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 <조니>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죽어도 괜찮다는 감각을 느껴야 하는데, 넌 하니야 부인을 놔주지 않았어. 누구를 위한 거지?"
"거기 가만히 앉아서 손을 잡아줬어야지.
그게 다야"
전과자로 살던 파트리크가 신부 얀이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원에 와서 처음으로 정을 나누던 환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화를 내며 하는 말이다.
"병으로 고통받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 불치병 환자들은 당신의 위로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을 거라고 되뇌는 것도요.
다른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곁을 지킬게.
널 떠나지 않을 거야. 사랑하니까.
하지만 이런 말을 할 수 있으려면 평생을 걸고 노력해야 해요. 늘 시도하고 또 수고를 들여야 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 우리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시간이죠. 시간이야말로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만의 시간이요."
신부 얀은 그 스스로도 시한부 생을 살고 있기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든 죽어가는 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우리는 모두 죽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주어진 삶을 사랑하며 살아야 하고, 또 죽어가는 이를 편안하게 보내주기 위해 아쉬움 없이 사랑해야 한다.
사실 그러라고 주신 시간이며 기회이니까.
결국 자비심이란 지금 곁에 있는 그, 혹은 내가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늘 염두에 두고 사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