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산다

by 관지

2월 12일


한 선사 禪師 에게 스승을 생불 生佛 로 여기는 매우 순진한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선사가 뾰족한 돌멩이 위로 넘어졌다.


"아이쿠!" 하면서 비명을 지르고 벌떡 일어서는데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제자가 크게 실망했다. 스승이 과연 깨달은 이라면 어떻게 발 밑에 있는 돌을 보지 못하고 그 위로 넘어진단 말인가? 더구나 비명을 지르면서 펄쩍 뛰어오르다니?


결국 제자는 스승을 등지고 떠나버렸다. 그가 떠난 것을 알고 스승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딱한 사람! 돌멩이도, 돌멩이 위로 넘어진 나도, '아이쿠' 도 처음부터 있지 않은 것들임을 알았더라면...."


소걀린포체<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49>




선사를 살아있는 생불 生佛로 여기고 스승으로 모신 것도 제자였고, 나의 스승은 돌부리에도 넘어지지 않고,


설령 넘어져도 아이쿠 소리 따위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도 제자였고, 세상에 이럴 수가 있냐고 실망하여 등지고 떠난 것도 제자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그러고는 나가서 피해자 코스프레 하며 돌아다니겄지.


아니면,

실망했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어이쿠 소리 따위는 속으로 누르고 억지웃음을 날리며 오지게 나 아닌 너를 위해 살아드리던가.


우리가 그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