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내 나이 이제 일흔여덟이다. 그동안 참으로 많고 많은 일들을 겪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고 많은 내 또래들이 죽었고 많은 늙은이들이 죽었다. 많은 고위층들이 비천해졌고 많은 밑바닥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랐다.
많은 나라들이 바뀌었다. 참으로 많은 전쟁과 재앙이 세계 각처를 무서운 파멸로 뒤덮였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들은 한바탕 꿈에 다를 바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 모양을 한결같이 유지하며 영속되는 것이 없음을, 그대 몸의 털오라기 하나도 그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냥 이론이 아니다. 그대 눈으로 직접 확인하여 알 수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딜고 키옌체 린포체
소걀 린포체<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70쪽>
하루가 느긋하고 평화롭게 지나갔다.
어쩌면 흘러갔다는 느낌.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맞고 한 낮을 지나 밤이 되었다. 지금은 책상에 앉아있지만 곧 일어나 나는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들 것이다.
그러면 다시 새 날이 오고....
한바탕 꿈과 엄연한 현실, 그 사이에서 나는 몽유병자처럼 살고 있을까.
내가,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변하고 언젠가는 사라지게 될 '있음'임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