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계속되는 불안정과 모호함 속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은 끊임없이 어지러움과 명료함 사이를 드나들며 오고 간다. 만일 우리가 언제나 한결같이 어지러운 상태로 있다면 그 어지러움 자체가 일종의 명료함으로 바뀔 날이 올 것이다.
인생을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한편으로 잔뜩 어지러워져 있으면서 동시에 맑은 정신일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계속되는 불안정과 모호함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절망에 던져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어지러움과 명료함 사이에 '틈'이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가 그 '틈'을 발견하고 잡을 수만 있으면, 바로 그 틈에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한 기운과 기회들이 끝없이 피어나는 것이다.
소걀린포체 <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72쪽>
내 삶은 불안정함과 모호함의 연속이었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살기를 원해서 결혼을 했지만 내게 주어진 현실은 직장이 없는 남편, 그 남편이 뿜어내는 불안을 통째로 들이마시며 살아야 했다.
나는 그 속에서 내 아이들에게 이 불안이 스며들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전부였다. 날마다 내일은...이라는 그 허공에 맴도는 말을 믿었고 그리고 실망했고 다시 불안의 구덩이에 매몰되곤 했다.
나는 그 불안을 박차고 일어나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 안정을 취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다만 그 안에서 견디고 버텼다.
그러다가 내가 원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주어지는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틈이 생긴 것이다.
나는 그 '틈'에 나를 던져버리기도 했고 가만히 내려놓기도 했다. 나에게 틈은 내어 맡김이었고 받아들임이었다.
그랬을 뿐인데, 돌아보니 그 불안이 오히려 우리를 보호해 주었고 가난이 우리의 본질을 지켜주었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지만, 그 불안과 모호함이 데려다준 지점...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이 자리가 썩 마음에 든다.
명료함이란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생명의 주인이 세워주신 자리에서 그분이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들려주시는 말씀을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