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다시 혼자인 시간.
노을도 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며칠, 사람들 속에 뒤섞인 나를 꺼내와 씻기는 작업이다.
섬에 들어오기 전, 마주치는 풍경이다.
낯익은 등대이지만, 나는 그의 본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내가 밤에 이곳을 지나는 일은 없기에.
호주에 사는 80이 넘은 시누이가 와서 시골집에서 이틀을 묵었다. 원래는 섬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배 타는 게 무리가 될 까봐 내가 나간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우리들의 시간, 만남.
먹고, 산책을 하고,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고...
유쾌하고 따뜻했지만, 가슴에는 아릿한 슬픔이 맴돌고 있다.
나는 그분의 본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있을까.
우리에게 허락된 그 오랜 인연 동안, 서로의 그릇에 사랑을 담아주기는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