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영화다.
눈은 어둡고 다리는 절뚝거리며
게다가 불치병에 6개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30대 신부와
12살부터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전과자,
이 두 아웃사이더들의 만남이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공간 안에서 그려지고 있다.
실화다.
어떤 종교적인 메시지도 없다.
다만 신앙을 근간으로한 삶의 모습이 드러날 뿐.
자기 안의 두려움 , 그 어둠의 세력을 맞서싸우면서
동정이나 연민, 판단 없이
그저 책임감 있는 사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고 삶을 나누는 신부 얀.
교도소 대신 사회봉사로 호스피스 병동에 와서
차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관계 나눔을 통해 삶이 변해가는 전과자 파트리크.
무심한 듯 사랑 가득한 신부님의 가정과 그 식구들도
따뜻해서 좋았고
죽어가는 처지 가운데서도 우정을 나눠준
전직 연극배우 하니야도 아름다웠다.
이게 빛이고 소금인 인생이구나
그런데 모두다 빛이 되고 소금이 되면 안되겠구나
그럼 세상이 너무 짜고 눈이 부실테니까.
뜬금없이 이런 생각도 들었고
그래도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 소금이 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빛을 참 잘 사용해서 영상미도 아름답고
사람들의 관계도, 대화도 고급짐.
나누고 싶은 대사들은
"죽음을 앞둔 사람은 죽어도 괜찮다는 감각을 느껴야 하는데
넌 하니야 부인을 놔주지 않았어 누구를 위한 거지?"
"거기 가만히 앉아서 손을 잡아줬어야지.
그게 다야"
"병으로 고통받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 불치병 환자들은 당신의 위로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을 거라고 되뇌는 것도요.
다른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곁을 지킬게
널 떠나지 않을거야 사랑하니까
하지만 이런 말을 할 수 있으려면 평생을 걸고 노력해야 해요
늘 시도하고 또 수고를 들여야 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
우리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시간이죠
시간이야말로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만의 시간이요."
"뭔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대신 오늘의 삶을 시작하세요.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짧아요."
<얀 카치코프신부>
ps 갈수록 넷플에서 영화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이런 영화를 보면 시간이 아깝지 않음.
아마 세상도 그럴거라고....믿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기에
여전히 세상은 살만하고 고맙고 멋진 곳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