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봄

아버지와 이토 씨

by 관지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게다가 이토 씨는 내 이상형이다.

이런 사람, 참 좋다.


겉은 뭔가 허술해 보이는데

내공이 있는 사람.

화도 안 내고 늘 웃는데

사리분별 명확하고

조용조용 자기 할 말 다 하는 사람.


시야가 전체적이어서

사람들의 입장과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조용히 필요를 채워주기도 하고

편안하게 기댈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이토 씨가 멋있으니

이토 씨를 만들어낸 작가도 멋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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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아버지와 딸의

세대차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54세 남자와 동거하고 있는

34세 딸의 집에

74세의 아버지가 불시에 합류하여 살게 됨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일본이 비로소 옆집 같이 느껴지던

그냥 우리네 사는 이야기다.


다만

20살의 나이를 극복해야 할 만큼

열렬하게 사랑하는 사이도

특별한 이유도 없지만,

어.쩌.다. 살다 보니

살만해서

계속 살고 있는 이들의 관계가

사이좋다는 건

이런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이?

직업?

장래?


그딴 게 무슨.

그냥 서로 맞고 편하면 되지.

돈이야 지금 필요한 만큼 벌어 쓰면

되는 거지.


70대에게

아주 중요한 절대적 삶의 목표가

30대에게는 그저 씨알데기 없는

잔소리로 전락해 버린,


이 세대 간의 차이를 메워주는 것은

어쨌든 불편하고 힘들어도

함께 살며 부대껴 보는 것이었다.


착한 영화다

나쁜 사람이 하나도 없고

미안해하면서도 신세를 지고

또 그걸 받아주며 살아가는

형제간의 모습도 이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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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한다.

일본영화들이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잘 풀어내는 건

어쩌면 지진이라는

죽음과 비교적 가깝게 살아야 하는

천성적 환경 때문 일까?라고.


신파도 아니고

무거운 사회문제도 아니고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그래서 따뜻하고 가끔 들여다보게 되는

된장찌개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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