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지시편

이제는 들로 나가

by 관지

돌이 되어야지

그래서 너만큼만 사랑해야지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에도 흔들리지 않고

밟고 지나가는 발 끝의 무정함에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너의 가슴이 되어야지


바람이 되어야지

그래서 너만큼만 사랑해야지


바다에서 하늘까지

미풍에서 푹풍으로

모두를 향해 다가가 그 존재를 춤으로 일깨우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과

그 중심의 고요함을 지녀야지


꽃이 되어야지

그래서 너만큼만 사랑해야지


어디에 놓여있든 제 모습을 잃지 않으며

생명의 불꽃에는 순연히 복종하는

그 품격을 가져야지



새가 되어야지

그래서 너만큼만 사랑해야지


허공의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와

무소유의 가벼움으로

언제나 오늘을 사는 너의 자유를 누려야지


풀잎이 되어야지

쉽게 넘어지지만 쉽게 일어서고

이름이 없어도

제 노래가 없어도

온몸으로 살아가는

너의 사랑스러움, 당당함을 따라야지



이제는 사람에게서 벗어나야지

더 이상 너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지

얼마나 오래 너에 대한 환상과

나의 틀 속에서,


우리는 미처 알기도 전에 멀어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던가


이제는 들로 나가 자연 속에서

그들의 살아가는 법

그 사랑법을 배워야지


........


오래된 시다.


사방으로 부딪치고 깨지던

그 좌충우돌의 불안한 젊은 날에도

이런 생각을 해줘서 내심 기특하고


그때 이런 원을 품어서

그래도 이만큼은 자연친화적이 되지

않았나 싶다.


결국은

어떤 원을 품고

어떤 생각으로 사느냐가

인생의 길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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