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라면과 밀가루

by 관지

지인에게 김을 보내줬더니

사과 한 박스와 라면, 그리고 밀가루와

튀김가루를 보내왔다.


사과, 없는데 반갑다.

라면도 가끔 먹고 싶었는데 잘됐다.

그리고 밀가루는 아직 있지만.... 두고 먹으면 된다.


올해 들어 맨 먼저 떨어진 게 계란인데 하나 둘, 개수가 줄어들면서 뭐랄까.

자꾸 애틋한 마음이 생겼다.

당연 아껴먹는데 이게 먹고 싶을 때 먹는 것과는 다르 , 없으면 사면되지 하던 때와도 다르다.


먹을 때마다 이제 몇 알 남았는지 세어보고, 그러다 마지막 남은 한 알을 먹을 때는 작별하는 마음이 되었다.

'잘 가. 그동안 고마웠어.'


내가 식재료에 이런 마음이 될지는 정말 몰랐다.

어쩌면 옛날 우리 어르신들이 이런 마음이셨을까.. 싶기도 하다.


뭔 궁상이냐고?

그냥 나를 위해 돈을 쓰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세상에 내가 발을 들여놓게 될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돈을 안 쓰는 세상에 들어오니 뭔가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하고

재미있는 사연이 펼쳐진다.

마치 포장된 도로를 걷다가 오솔길로 들어선 기분이다.


사과는 그냥 사과가 아니고

라면도 일반 라면과는 차원이 다르다.

먹을 때마다 내준 지인의 얼굴이 떠오르고 목소리가 생각나서

함께 있는 같다.


이제 음식은 리에 상관없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다정함의 결정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