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자리에서

by 관지

거의 대부분은 하루에 한 번도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

회관에서 공동식사할 때 말고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지나가는 날도 있고,


그런데 오늘은 여러 번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다들 유쾌하고 다정했다.


그중에 그녀....

전해온 소식은 꽤 놀라웠다.


"내가 올해로 일하고 돈 벌고 산 지 40년이에요.

그래서 이제 돈 버는 일은 그만하려고...

아니 정확히는 돈 벌기 위해 일하는 건 안 하려고."


그러면,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살겠다고?

내가 알기로 그녀는 돈을 벌어서 모으지 않았고

생계유지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사용했다.


"그리고 이제 내 짐은 메고 다닐 수 있는

배낭 하나로 정리를 했는데 자전거만 남겨두고

시내에 거처는 아예 없애려고 해요.

돈 없이 사는 세상을 정말 살아보려고"


나는 그랬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응원하고 지지할게"


내가 있는 자리... 는 나도 따라 일어나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녀의 행방을 묻고

하룻길 정도는 깔깔 웃으며 함께 걷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자신이 추구하는 삶에

전적으로 투신하는 그녀가 좋다.

물론 바라보고 응원하는 내 자리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