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대접

by 관지

처음 섬에 와서 겨울 동안 매일 마을회관에서 공동식사를 했다. 사실 나는 혼 밥이 편하지만, 원체 식구 수가 적으니, 새침을 뗄 수도 없어서 그저 오라면 가고 먹으라면 먹고 대신 설거지 담당을 했다.


살면서 보니 이들이 나를 특별 대접한 것은 아니었고 누구나 오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그저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뻐서도 아니고 좋아서도 아니고 그저 사람이 왔으니, 사람대접을 해 준 것이다.


이곳에 한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은 그냥 사람 하나가 아니라 식구가 생긴다는 것이었고 나는 이 공동식사를 통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그 원초적인 방식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런 대접을 나는 생전 처음 받아본 것 같았다.


가족이니까, 아는 사이니까 혹은 네가 나를 대접했으니 또는 내가 대접하면 너도 나에게 뭔가 해 줄 테니, 그도 아니면 불쌍하니까 한 끼 따위의 이유나 조건이 붙지 않는 이 사람대접이라는 것은 편안했고 신선했고 따뜻한 웃음기가 배어있었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한 계절이 지나도록 얻어먹으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예전에 어떤 분이 넋두리처럼 하던 말이 생각나는데 자기는 아내가 특별하게 보양식이나 맛있는 걸 차려주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거 먹고 얼마나 돈을 벌어오라는 걸까 속으로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는 잘해주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그건 너도 나한테 이렇게 잘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달달하고 은밀하게 엮여있는 거래의 사슬들 없이 그저 사람이 반갑고 그래서 별것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 함께 나누자고 청하는 이 사람대접은 어쩌면 사람이 적은 곳, 그리고 시간이 좀 있어야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튼 요즘 세상은 돈이 있어야 사람대접을 받는다는데 나는 돈이 없어도 사람 귀한 곳에 와서 사람대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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