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밑줄 노트

격정과 분노는

by 관지


격정과 분노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의 영역을 많이 양보하여

그가 나에게 너무 많은 영향력을 지니도록 했다는 사실을 종종 알려주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기대를 채우는 일에 급급했고

나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며

나 자신이 참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소홀히 해 온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삶을 스스로 살아오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나의 경계선을 넘어왔으며 나를 다치게 한 것이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 격정과 분노를 억압하기보다는 대화를 나누어서

내 안에 있는 보물을 찾아내며 하느님께서 만드신 나의 참모습을 내 안에서 찾는 것이다.


격정과 분노는

나를 다치게 한 그 사람을 나에게서 떼어내는 힘이며

그래서 그와 적당하고 건전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힘이다.


나에게 상처를 줄 정도로 지나치게 가까이 있는 그를 떼어놓고 난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와 화해할 수 있으며 그에게서 참으로 자유로워지게 된다.


안젤름 그륀, 마인라드 두프너의 <아래로부터의 영성> 79쪽






나에게 격정과 분노를 유발하는 사람이 있는가?

다시 말해 평상심을 흐트러뜨리는 사람 혹은 관계가...

다행히 지금은 없다.


돌아보면 징글징글하게 사람에게 끄달리고 시달리며

살아온 것 같은데 어느새,

나에게 이런 날도 오다니 놀라울 뿐.


그리고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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