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밑줄 노트

오늘 일부터

by 관지

"옛날에 많은 양을 잡아먹어 사람들을 괴롭히던 늑대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늑대는 마침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살아온 과거를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어 더 이상 양을 잡아먹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러한 결심을 진지하게 이행하기 위해 늑대는 목사를 찾아가 기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목사는 기도를 시작했고 늑대는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기도가 길었습니다.

대가 목사의 양을 많이 잡아먹었으므로

목사는 늑대가 진정으로 행실을 고치도록 진지하게 기도했습니다.


이때 늑대의 눈에 양들이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 띄었습니다.

늑대는 안절부절못했지만 목사의 기도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드디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늑대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만 집어치워, 목사! 양들이 모두 집에 가면 내 저녁밥이 없잖아.' "


이 우화는 인간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결국 오늘 저녁밥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무엇인가 큰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만, 이는 불가능합니다.

선택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P.D. 우스펜스키의 <위대한 가르침을 찾아서 > 612-613쪽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창 밖 풍경을 보며

읊조려 본다.

오늘 일부터....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내 손으로 해 낼 수 있는

그 일부터... 해 보자고.


텃밭에 모종 심기.

연재글 미루지 않고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