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독을 채우다

by 관지

섬을 나갔다 들어오니 쌀포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 부활주일을 앞두고 근처의 섬주민들께 선물하신 것 같다.


이 교회는 감리교단 소속인데 초교파적으로 어려운 섬 교회와 주민들을 돕고 있다.

포클레인이나 공사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해서 목사님이 직접 밭도 일궈주시고

집도 고쳐주시고 교회도 보수해 주신다고 들었다.


섬에 오자마자 맨 처음, 이 분 소문을 들었는데 직접 뵙기는 작년 옆 동네에 오셨을 때였다.

대부분 목사님들은 오시면 예배만 드리고 나머지 시간은 대접 받는데 쓰시더만

이 목사님은 달랐다.


교인들이 교회버스로 와서 2박 3일 동안 섬 주민들에게 식사대접을 했는데

목사님은 일주일 먼저 오셔서 임시주방으로 가림막 설치 공사를 직접 하셨다.

일체의 식재료와 도구들, 심지어 가스레인지, 냉장고까지 다 가지고 와서

온전히 주민들은 예배드리고 식사하도록 봉사를 하는데,

교회의 이런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빈 손으로 보내지 않고

봉지 하나씩 들려주는데 그날은 참기름이랑 수건과 계란 한 판을 주었다.

그때 나는 참기름이 똑 떨어졌을 때라 어찌나 반갑고 요긴했던지~~^^


나는 목사님 옆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가만 보니 이 분은 식사도 제대로 안 하시고

혹시 안 먹고 그냥 가는 사람은 없는지 온통 그것만 신경을 쓰고 계셨다.

실제로는 예배를 한시간 인도하신 후라 본인이 가장 시장하실 터인데도.

그리고 누가 목사님 칭찬을 할라치면 진심 민망해 하시며

말이 더 이어가지 못하도록 끊어 버리시는데

그런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무렵 나는 교회나 목사님들에게 좀 심드렁해져서 속으로 시건방을 떨고 있었는데

아마 주님께서 그 입 다물라고 친히 당신의 종을 보여주신 것 같았다.


어느 날, 어찌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금식 중이셨다.

이유는 도와야 할 곳이 있는데 여력이 부족해서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는 중이시라고....


종종 그러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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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쌀도 그런 노고가 들어있는 귀한 선물이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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