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사이, 우리 섬 풍경이다.
강변에 나가 갯바위에 있는 김을 뜯어와 살살 물에 흔들어
김발에 붙여 해풍과 햇볕에 말리면 완전 수제 돌김이 탄생한다.
몇 번 작업하실 때 현장에 따라가서 보고 싶었는데 위험하다고 말리시기도 하고
또 초짜가 따라갔다가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아 직접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겨울바람을 맞으며 갯바위를 오가는 모습만으로도
저렇게 만들어진 김은 얼마를 부르든 절대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김발에 김을 붙이는 작업은 평생을 해 오신 일인데도 늘 실패작이 나온다.
두껍게 바르면 김 양이 많이 들어가니 좋을 것 같지만 똘똘 말려서 맛이 없고
또 너무 얇게 바르면 김 모양이 유지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그렇게 상품가치가 없는 것들을 먹을 수 있는데
그것도 사실 감지덕지다.
나는 김 작업을 하시는 날이면 옆에 앉아 조잘거리곤 하는데 어느 날 물었다.
"이렇게 하는 건 누구한테 배웠어요?"
"뭘 이런 걸 배워. 그냥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응께 또 고대로 하는 거제"
"그럼 이제 이 일은 누가 할까요?"
"누가 이 힘든 일을 하겄능가. 못 배운 우리들이나 미련하게 허고 살았제."
이제는 모두 다 떠나서 옆에서 보고 자랄 세대가 없으니
아마 이렇게 수제 김은 막을 내리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마지막 목격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 비장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김은 구멍이 숭숭 뚫리고 거칠거칠하지만 굳이 기름을 바를 필요가 없다.
그냥 구워서 간장 찍어 먹으면 바다냄새도 나고 옛날 생각이 난다.
"아, 어렸을 때 엄마가 김 한 장을 네 조각으로 잘라서 동생들이랑 한 조각씩 나눠주셨거든.
그것도 아끼면서 밥에다 조금씩 얹어먹었는데. 세상에 그 맛이 나네"
신기하게도 누구나 이 김을 맛보면 하는 이야기이다.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 자연 그 자체이기에 선물하면 인기도 좋고
여기 어르신들에게는 제법 짭짤한 수입원이 되는데 올해는 눈에 띄게 작업량이 줄었다.
수온이 높아져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낚시꾼들이 오는 모습도 줄었고 고기가 잡히는 양도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겨울이면 돔 낚시를 해서 회관에 모여 심심찮게 회를 먹었는데
올겨울에는 별로 그런 기회가 없었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바다가 예전 같지 않음을
우리는 이렇게 생활 속에서 실감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