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춤을 추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었다.
모든 날씨들을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날씨가 춤을 춘다고 느껴진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바다가 하늘보다 더 파랗고 얼굴에 닿는 바람에서는 달디단, 기분 좋은 냄새가 묻어났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바람을 따라 몸을 흔들고 있었는데,
이 자연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닌 바람에 동조하고 합세하고 있다는 느낌 또한 처음이었다.
그날은 모두 외출을 하고 섬에는 여자 셋만 덩그러니 남았는데
나는 우리 벌거벗고 춤이나 추자고 꼬셔댔다.
누구도 그럴 일은 없었지만 나에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옆집에서는 머위를 삶느라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었고
그 불 위에는 삼겹살이 구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평상에 둘러앉아 이 숯불구이 삼겹살을 상추와 더덕잎에 싸 먹고
수북이 쌓인 머위의 껍질을 벗기며 노닥노닥 하루를 보냈다.
누가 먼저 시작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햇빛이 좋다고 하니 이어서 바람도 좋다고, 생선 말리기도 좋고,
머위 말리기도 좋고, 고사리 말리기도 좋다며 깔깔 웃는데.
문득 '나물 먹고 물 마시고'가 떠올랐다. 그냥 그 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먹을 것은 있어요? 마트가 없으면 어떻게 살지? "
다들 묻는 질문들이고 하긴 나도 처음에는 상상이 안 되었다.
일단 파는 곳이 없으니 살 수가 없다는 말인데 그럼 일상에 필요한 먹거리를 어떻게 해결하지?
하지만 섬에 들어와 살면서 실감하는 것은 인간의 위대함이랄까,
아니면 생명의 생존력이랄까 사람이 사는 곳은 다 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속도에 문제가 있을 뿐, 그걸 감안하면 살 만하다. 아니 오히려 원시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재미가 있다.
논이 없으니 곡식 농사를 짓지는 못하지만 밭농사는 대부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쌀이나 잡곡, 두부, 계란, 콩나물 등등을 빼고는 거의 다 자급자족이다.
사실 계란이나 콩나물도 마트 신세를 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쯤 되었다.
내가 이곳에 와서 처음 점심 대접을 받을 때만 해도
집에 키운 닭이 내어준 계란부침을 먹었고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기른 콩나물무침을 먹었으니 말이다.
작년에 김장을 할 때도 새우젓만 장에 가서 사고 나머지는 모두 여기에서,
밭에서 나온 것들로 해결했다.
지금도 우리 섬에는 상추와 시금치, 강낭콩, 마늘, 양파가 자라고 있고
또 봄이 되니 모이면 하는 이야기가 뭘, 언제, 어디다 심을까 이다.
여기는 농기계가 들어올 수도 없고, 정작 들어온대도 밭들이 평지가 아니니 그걸 활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은 직접 손으로 그러니까 인간 농기계로 해결을 해야 한다.
사실 나는 잡초 제거를 - 지심 맨다고 하는데 겨울에 해야 하는 것을 여기 와서 알았다.
그래야 잡초 씨가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겨울에 이미 농사지을 준비를 다 마치고 봄을 기다리는 부지런한 어르신들 덕분에
우리는 올해도 돈이 없어도 굶어 죽지 않는 세상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