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R V 캐실 (R V Cassill)은 이렇게 썼다.
글쓰기는 단순히 어떤 직업이 아니다.
이것은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 관계를 맺는 통로이다.
글쓰기의 진정한 정신은
우리의 삶 속으로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경험의 물결에 질서와 절도와 의미를 부여하며
편협함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수선함 속에서 무지의 두려움,
고독의 두려움,
그리고 자연계의 무자비한 냉혹함에 저항해 보지도 못하고
맞이하는 죽음의 두려움이 뒤따른다.
그러나 누구든지 글을 쓰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 글을 쓰는 바로 그 행위를 통해서
이러한 두려움에 직면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로날드 클럭의 <영혼의 일기> 26쪽
이것이 내게는 가장 가까운
" 글쓰기의 이유"이다.
글쓰기는 결국 내 삶에 들어오는
사건과 상황들 속에서 의미를 추출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모양의 두려움, - 이것이 정말 관건이다.
이를테면 글을 읽는 타인의 시선과 판단,
그리고 글의 정직성에 대한 자신의 준엄한 잣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이것들을 직면하고, 해체시키는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기에
내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고 매력이다.
거기에 덤으로 오는
하늘의 은밀한 신호랄까, 거기서 맛보는 교감의 즐거움,
이것이 내게는 최상의 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