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안 좋은 일은 없다.

by 관지

오래전,

갑자기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늘 건강하시던 분이라 무심했던 나를 탓하며 기도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그리고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로 내려왔다.

그런데 나는 엄마랑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매사 별 것 아닌 것에도 서로 날을 세우며 부딪히기가 일쑤.


더구나 그동안 객지에서 혼자살이를 하다 보니

옆에 누가 있는 것에 극도의 예민함까지 겸해 있던 터라

부모님 곁에 있고는 싶으나 같이 살기는 망설여졌다.


여러 궁리 끝, 부모님 집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에 집을 샀다.

그 당시 내 퇴직금을 모두 털어서 1200만 원.

땅은 나라 것이라 집값이 그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얻게 된 집이 지금의 내 시골집이다.



몇 해 전 쯔쯔가무시에 걸려 그야말로 죽게 아팠다.

그때까지 나는 시골에 오면 무조건 일을 했다.

앞마당, 뒷마당을 오가며 풀을 베고, 본가에 갔다 오면 또 그만큼 자라 있는 풀을 베고.


쯔쯔가무시에 한번 걸려본 후로는 아예 쳐다도 안 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랬더니 그때까지 구경만 하던 남편이 드디어 예초기를 구입하고 풀을 베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키우던 작물은 모두 꽃이나 나무로 품종을 바꿔버렸다.

비로소 시골집은 일터에서 쉼터가 되었다.


만약 아버지가 편찮으시지 않았다면,

내가 여느 모녀들처럼 엄마와 사이가 좋았다면 이 시골집은 나에게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쯔쯔가무시에 걸리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안 좋은 일은 없다. 다만 안 좋다는 생각이 있을 뿐.

살아봐야 안다.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지나보면 안다.

지금 겪고있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그러니까 좋다고 너무 까불거릴 것도 없고

지금 힘들고 어렵다고 고꾸라질 것도 없다.


내가 믿는 하나님,

그 믿는 구석은 모든 일을 합력하여 결국 으로 이루어 주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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