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

by 관지


새벽예배와 한 시간 앉기

그리고 텃밭 일 마치고 들어오니 8시다.


벌레는 왜 풀은 먹지 않을까.

풀과 벌레는 어떤 관계일까.

풀의 생명력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생명은 사랑과 보살핌을 먹고 자란다는데

사랑은커녕 오히려 멸시와 천대, 핍박 속에서도

보란 듯이 자라나는 그 끈질김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이 대목에서 나는 위로가 될까?

늘 마음속에 자식들에게 사랑과 돌봄이 부족했다는 부채가 있는데

거기서 조금은 탕감받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풀을 메고 하룻밤 자고 나면 또 그만큼 씩씩하게 자라있는

녀석들을 보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이 오고 가다.


*

드디어 구약 읽기 마치다.

나는 본업이 전도사 인지라 이 일을 하는 동안은

1년에 성경 1독이 나에게 주는 의무이자 예의다.


읽으면서 우리 가족을 위한 1년 기도제목도 찾고

또 마음에 들어오는 말씀들 메모해 두면

설교에 유용하다.


*

어제는 온라인 교회를 하자는 톡이 왔다.

내 첫 부임지의 청년들이니 오래된 인연이다.

그러자고 했다.


그 뜨겁고도 풋풋했던 시절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적당히 상처도 받고, 실망도 하고 이제쯤 산타가 없는 것도 알아버린

이 신앙의 권태기 속에 들어선 인간들과

또 어떤 춤을 추게 하실지 궁금하다.


다만 내가 할 일은 힘을 빼고,

관망하듯 지켜보는 것

호응하는 것

마음에 올라오는 대로 기도로 도움을 청하는 것.

솔직하게 그러나 어떤 의도도 없이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

이 장(場)의 이름을 '품꾼의 하루'로 바꾼 후 뭔가 하루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오늘 하루'일 때는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날이었는데

이제는 주어지는 날이 되었다.


내 것이 아닌 누군가로부터 내게 주어진 시간, 주어진 일,

주어진 생명, 주어진 기회....

뭔가 마음이 제 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