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좋은 것들

by 관지

화창한 아침, 안개는 없고 햇빛이 발랄하다.

새벽예배 드리고, 한 시간 앉고 - 오늘은 앉는데 좀 뒤척거렸다.

다리가 저리기도 하고, 생각도 왔다 갔다 했는데 그래도 감정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텃밭에 가서 풀 뽑고 내친김에 집 주변 풀까지 베고 집에 들어오니 7시 40분.

매일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손을 봐주니 알게 모르게 일감이 줄어들어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해봐야 끝도 안 보이고 소용없는 일 같아도 그래도 꾸준히 시간을 들이고 손품을 들이니 대가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은 호박잎 사이에 숨어있는 주먹만 한 호박을 발견했다. 화들짝 기쁨.


*

새벽에 눈을 뜨고 옷을 갈아입으며 지금 여기가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미움도 없고, 걱정도 없고, 꼭 해야 할 버거운 일도 없고, 꼭 갖고 싶어 안달하는 것도 없고, 그다지 없어서 아쉬운 것도 없고....


없어서 좋은 것들도 참 많구나, 싶다.


나는 이제 겨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아니 오히려 망치기 일쑤라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매사 주님께 맡기고 의탁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다행히 오늘 아침 독서 중에 이런 나를 위로해 주는 말씀이 있어 옮겨 적는다.


"약해지는 것이 도가 일하는 방식이다."

""먼저 자기를 놓아야 한다. 우리가 소멸 직전에 있는 우리의 약한 정체성을 보전하고 북돋으려는-소용없는 일이다.- 노력을 중단할 때 비로소 만유-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가

도의 무한한 자기표현에서 그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함을 깨달을 것이다.


도가 끊임없이 오고 가는 것은, 특히 자연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장자는 우리가 자연 세계에 아주 강렬하게 관심을 집중하여 우리 자신을 '잊고' 그럼으로써 초월을 경험할 것을 촉구한다.


장자는 겉으로 보기에 단조로운 일을 하는 평범한 개인이 자연세계에 잠겨 들어 엑스타시스(ekstasis, 망아상태)를 성취한 예를 자주 소개한다. <카렌 암스트롱의 성스러운 자연 중에서 52쪽.>


내 삶 가운데 없는 것들이 더 많아져서 나도 없어지면 좋겠다.

이것이 결국 내가 바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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