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새벽예배 드리고 한 시간 앉고 텃밭에서 깻잎만 좀 따고는, 집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어제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영어 시편 쓰기 다시 시작하다. 영어는 잘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아예 모른다고 하는 편이 정직하다. 그럼에도 성경을 읽을 때는 꼭 영어성경을 곁에 두고 같이 본다.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모르는 골목길을 둘러보는 그런 맛 정도다. 어찌 보면 이제 성경도 익숙해져서 다 아는 양 시건방을 떨며 넘겨짚고, 지나치곤 하는데 .... 영어는 모르니까 멈춰 바라보듯 단어도 찾아보고, 새로운 의미나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어느 해인가, 시편을 읽다가 얼마나 좋았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의 모든 책이 다 사라져도 시편 하나만 남아있으면, 그래도 살 수는 있겠다고. 그 뒤로 시편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읽고 쓰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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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이 그다지 편한 건 아니다.
즐겁거나 신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속이 상하거나 근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감사할 일이 더 많은데도 마음이 저기압이다. 일상에 약간 어두운 질감이 섞여있다고 해야 할까. 뭘 어떻게 해서 벗어날 생각은 없고 그냥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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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에 그런 기도가 나왔다.
"집에 돌아가는 날 빈손으로 가지 않게 해 주세요, "
하나님이 나를 이 땅에 보내시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게 하신 그 이유나 목적을 다 알지는 못해도
그분이 바라시는 결과물 하나는 들고 가고 싶다.
그날,
내 손에 들린 그것이 그분을 흡족하게 하는, 그래서 눈을 마주치고 함께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