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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지

다시 아침이다. 이쁘기도 하지. 창문 밖으로는 어제 다듬은 미역을 햇볕에 널어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어제도 밤 12시가 넘어 작업이 끝났을 터인데 또 새벽예배 나오시고...

노인들 강단이 보통이 아니다.


어제는 윗동네에 커피 진하게 내려서 마실 다녀왔다. 여기는 상주하는 사람은 없고 미역작업할 때만 온다.


나는 이들이 부럽다.

어렸을 때 자랐던 곳이 여직 남아있다는 것. 그 시절을 함께 놀았던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일부러 배울 필요 없이 그냥 본 대로, 몸이 기억하는 대로 부모님이 하시던 일의 한 부분을 내가 이어하고 있다는 것.


또 언젠가 더 나이가 들면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내 기본적인 일상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배당에 가서 5시에 예배를 드리고 한 시간 가부좌로 앉고, 가족과 생각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텃밭을 아침저녁으로 돌보고, 시편을 쓰는 일이다.


요즘은 여기에 미역작업을 돕는 일이 추가되었는데 시간도 체력도 나에게는 꽤 필요하다.

그래서 혹시라도 내 일상이 무너질까 봐 미리 마음을 다잡는다.

둘 다 잘해보자고....


내 일상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하루하루 마음을 정하고 하는 일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것,

이것이 곧 나를 사랑하고 지켜내는 일임을 잊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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