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by 관지


다시 아침, 창문 밖 풍경이다.

어제는 밤 12시가 넘어 일이 끝났고, 그리고 내 아침 일과도 모두 마쳤다.


두 집이 미역작업을 하는데 옆집은 일이 아직 안 끝나서 지금 어르신들이 합류하여 도와 주시는 게 보인다.

나는 그 집까지는 손이 못 미치고 그저 커피를 배달하는 정도다. 작년에도 세 집이 하는데 이 집만 내가 도와드린 기억이 없다. 왤까?


생각해 보니 혹시 거들어 드리다가 마음에 안 들면...이라는 염려가 나를 막고 있다. 워낙 손 끝이 깔끔하고 정갈하고 빈틈이 없는 분이라 어렵기도 하고 또 그렇게 주눅 들어가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사실 마음이 좀 불편해도 참고 있다.


*

어제부터 드디어 나도 집게를 빼들고 양배추와 케일 속 벌레 퇴치작업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좀 꺼림칙하더니 이제는 아주 발견하는 재미가 붙어서 신이 날 지경이다.

하나를 살리겠다고 하나를 죽이는 이게 뭔 짓인가 싶다만, 이게 삶이고 인생이고 자연의 법칙이니 별 수 없다.


*

며칠 전부터 새벽, 앉은자리에서 찬송이 나오고 있다. 한두 마디씩 입 밖으로 새어 나오던 것이 이제는 멈춰지지가 않고 하루 종일 흥얼거린다. 모두 예전 첫사랑일 때 불렀던 찬양들이다. 그 시절이 겹쳐지면서 가슴이 찡해지고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 모두 내가 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앉아있었을 뿐이다. 마중물처럼.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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