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꾼이라면

by 관지

잠시의 휴식과 이런저런 수다, 노동이 주는 친절한 장면이다.


함께 어울려 있지만 여기에는 주인도 있고 품꾼도 있다.

품꾼은 제 생각대로, 멋대로 하지 않는다.

주인의 지시를 따르고 주인의 마음에 들도록 일을 한다.

그래서 화기애애하고 현장이 즐겁다.


이들 곁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보이는 게 있다.

세월이 보이고 삶이 보이고 인생이 보인다.

좋게 보이려는 치장도 없고 그럴듯하지만 애매모호한 관념도 없다.

그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과

그에 따른 몸의 반응들을 함께 나눌 뿐이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자랑이 없고

남의 이야기를 하는데 험담이 없다.


그래서

사람소리나

파도소리나 똑같이 들린다.



어제의 노을이다.

더웠지만 바람이 불어서 견딜만했고

사실 나갈 계획이었는데 배가 오지 않아 불발되었다.

어쩔 수 없지.


그러고보니 섬에 오고부터 사람들과 거의 약속을 잡지 않는다.

내일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그때 봐서' 라고만 한다.


*

어제는 시편 106편을 썼는데

그 가운데

"wouldn't wait to be told what to do.

주께서 할 일을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이 말씀이 남았다.

아니 찔렸다고 할까.


느헤미야는 할 말을 앞에 두고도 기도했고

다윗은 결정하기 전에 하나님께 여쭙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태도가 몸에 배인 것이다.


반면 사울은 사무엘을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일을 저질러서

결국 하나님 눈 밖에 났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느헤미야나 다윗은 하나님을 보았고

사울은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에게서 떠나는 것이 보였고, 두려웠던 것이다.


주께서 할 일을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

이것은 먼저 하나님께 시선이 고정되어야 하고 습으로 배이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을 품꾼이라고 생각한다면...












매거진의 이전글마중물